since.2000.09.07

라시와 그의 개발자 세이코.
둘은 섬에서 수리공 일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종종 창고 정리를 하거나 책이 들어있는 큰 캐비넷을 정리하는 날이면 별 인기 없었던 많은 일본 만화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옵니다. 그럴 때 스윽 한권 집어서 읽으면 의외로! 괜찮은 작품들이 걸리기도 하는 거죠.
「인형연극」은 바로 그런 작품중에 하나 였습니다. 별 기대 없이 짝 맞춰서 2권을 가져왔는데, 보면서 정말 괜찮다!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내용은 미래 세계의 사람과 흡사한 안드로이드-기계 인형-인 시즈카와 아라시의 이야기입니다. 미래세계에서 인간은 인간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인간과 똑같이 만든 기계인형들을 데리고 살기 시작하고, 그 기계인형들을 깨우고, 고쳐주고, 죽음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이 두 소년 기계인형의 역할인 겁니다.

시즈카…
어쩐지 까다로운 잔소리꾼 성격의 기계인형..인듯. ^^;
캐릭터의 스타일이 마음에 듭니다. ^^

이 시즈카와 아라시는 한 사람이 피리로 인형을 깨우면 다른 한 사람은 때가 되었을 때 인형을 잠재웁니다. 인간과 똑같이 만들어져 있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누릴 수 없는 기계인형들에게 때가 왔을 때 죽음을 선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기계인형들의 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한의 생명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경험을 축적하고 현명해져 가고 있는 이 두 소년을 보면 ‘이들은 두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한 사람만이 그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하면 얼마나 고독하고 외롭겠습니까

이 책 속의 에피소드들은 「나만의 천사(관용소녀)」에서 꼭 그 가게 주인이 주인공이 아니듯이 이들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전혀 다른 기계인형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불쑥 그 인형을 고치러 아라시가 등장하기도 해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하는거죠.

현재 「인형연극」은 2권까지 나와 있는데, 옴니버스 식 구성으로, 두권의 분위기는 약간 다릅니다. 1권이 다소 어두운 미래 세계의 분위기를 풍겼다면 2권에서는 한없이 밝고 눈부시며 일상적인 모습의 미래 세계를 보여주고 있지요. 전 1권에서의 그림체에 맞지 않는 음울한 미래의 모습과 에피소드들보다 2권째의 이야기들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시즈카와 아라시가 단둘이 살게되기 전, 각자의 개발자들과 함께 사는 모습이라든지 그들 각각의 개인적인 에피소드들이 훨씬 더 재미가 있거든요. 역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을 해줘야 재미가 있는 것입니다. ^^
이 작품이 마음에 드는 가장 큰 이유라면 역시… 깔끔한 그림체. 뭐랄까, 슥슥 그린 것 같지만 하늘하늘하고 만지면 노곤할 것 같은 머리칼의 묘사하든지 균형 잘 잡힌 얼굴들은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계속 새로이 등장하는 유아형의 기계인형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과연 인형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인간적이고 따스한 마음을 가진 그들이 만들어내는 훈훈한 이야기들은 온갖 범죄에 찌든 인간들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시즈카와 아라시의 개발자인 세이코와 미나미의 이야기도 어쩐지 애잔합니다.
능력이 있지만 외딴섬의 수리공으로 떠나는 애인에게 전 재산을 털어 연구하던 로봇을 선물해 보내는 미나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는 최근 나온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와 「디어 마인」1권이 있더군요. 이 「인형연극」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면 왠지 마음에 들 것 같습니다만… 아직 구하지 못했군요. 그러고보니 회사 캐비넷에 잔뜩 있었던 것 같기도…==;;;(역시 편집부 사람이 좋아하는 책은 히트치지 못한다…라는 정석이 적용되는 작가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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