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인 후쿠야당의 딸들.
오른쪽부터 장녀 히나, 차녀 아라레, 막내 하나
후쿠야 집안의 사위들.
오른쪽부터 부잣집 도련님 맏사위 히노야마, 후쿠야당의 과자 장인인 둘째 사위 켄지, 평범하지만 용감한(?) 셋째 사위 이오리


의외로 추천을 받아 만화책을 보는 경우가 드문 편인데, 우연찮은 기회에 대여점에서 꼭 무언가 책을 빌려야 할 일이 생겼기에 여기저기서 괜찮다는 추천의 글을 자주 본 듯 하여 빌리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 사람들이 추천을 했을 때는 역시 무언가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었지요. 기대를 안했던 만큼 큰 수확이었습니다. 괜찮은 작품이더군요.

이야기의 골자부터 이야기하자면, 후쿠야당이라는 교토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대를 물려온 과자점집 세 딸들-히나, 아라레, 하나가 자신의 미래를 정하고 평생의 동반자를 구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개념이지만 이 집안의 가업을 잇는다라는 무게감이 이 딸들에게 주어지는데, 큰 딸은 자신이 이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어머니의 말에 거역하는 일 없이 자신의 앞에 놓여진 길을 밟아오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결국 돌발적으로 결혼을 함으로서 그 선로를 이탈하고, 둘째딸은 맏이가 일탈함으로서 생긴 공백을 본인이 채우고자 나섭니다. 막내 하나의 경우는 집안의 가업을 잇는 것과는 다소 다소 거리가 있다보니 이야기 전반에서 나레이터로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서술하는 입장이지요. 아무래도 저는 저 역시 집에서는 맏이다보니 이 작품 속의 장녀 히나에게 가장 감정이 잘 몰입되더군요(뭐, 히나만큼 집에서 부담을 주거나 하는 것도 아니지만). 공감가는 말들도 많았고…
어쨌거나, 이 세 딸들은 각각 자신의 길을 찾고, 평생의 동반자를 구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다시금 세월이 흘러 자신들이 아이들을 낳고 살고 있는 이 작품의 라스트 신에서 자신들이 받고 자라온 부담과 자신들의 어머니가 저지른 실수들을 다시금 반복하면서 각자 아이들을 키우게 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후르츠 바스켓‘의 토오루 엄마 쿄코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가 되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역시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기란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전반적인 작품 분위기는 ‘코믹‘보다는 실사 드라마의 느낌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대로 TV 브라운관으로 옮겨도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만화적인 상상력보다는 현실적인 면이 강했고, ‘아름다운 시절‘이나 ‘영원의 들판‘ 같은 계열을 작품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장르들이 대부분 약간은 성긴 듯한 느낌(오사카 미에코 같은)의 그림체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던 듯 한데 ‘후쿠야당 딸들‘은 전형적인 눈 동그란 ‘순정만화‘체로 그려진 것이 약간 특이하더군요. 문제라면 사람들이 죄 비슷하게 생겨서 가끔씩 얘가 둘째인지 셋째인지 헛갈린다는 점일까요. –;;;

200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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