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번역이란 무엇인가.
국내에서 발매된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골동양과자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우선 이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안할 수 없습니다.

요즘 하는 일이 아무래도 번역과 밀접한 일인지라 더 이 책의 번역이 와 닿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이 번역이란 ‘제2의 창조‘인 듯 합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창작물을 우리나라에 가져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원래 작품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느낌에 가능한 한 가깝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요.
그래서 때로는 ‘원작을 능가하는 번역‘이라는 것도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 ‘서양골동양과자점‘ 역시 원작을 능가하는 번역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군요. 과연 원작을 그대로 읽었을 때 이만큼 웃을 수 있었을까요.

깔끔한 그림체라든지 군살 없는 스토리 진행, 각 캐릭터의 성격도 뚜렷해 전반적으로 재미있는 작품(야오이라든지 하는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입니다만,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바로 이 번역!
특히 장르가 만화인 만큼 대사가 작품 전반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인데, 이 대사들이 하나하나 살아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이 번역은 정말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말을 하나하나 ‘골라서‘ 넣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요.

저 스버럴과 위의 컷의 돈지랄에서 감동해 버렸다는…-_-

어쨌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뜬금없이 과자점을 차리겠다고 나선 주인공 타치바나 케이. 부모님의 원조에 힘입어 가게를 열고 최고의 파티셰(요리사)를 구했습니다만… 그러나 정작 그 최고의 파티셰는 케이가 고등학교 시절 고백을 받고 차 버린 바 있는(그것도 독하게…) 오노(男). 상당히 거북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정작 이 오노는 케이를 기억조차 못하는 것입니다. 그가 케이의 가게까지 온 연유는, 그는 사실은 ‘마성의 게이(-_-)‘로 동성애자건 이성애자건 그를 보면 모두 반해서 덤벼들어 일하는 직장에서 족족 치정의 칼부림과 자살 소동에 얽혀 쫓겨나 여기까지 흘러든 것이었습니다.
과거 케이에게 독하게 차이고 자살을 결심했던 오노는 모처럼 알게 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시험이나 해보고 죽자는 생각에 게이바에 갔다가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깨닫고 인생을 엔조이하며 사는 법을 터득했던 것이지요. 그리고는 애인을 따라 프랑스로 가 제과 기술을 배워온 것입니다.
자신을 박정하게 대했던 케이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그를 결국 고용하고, 이어서 여러 남자 점원들을 채용합니다만(오노는 좁은 공간에서 여자와 있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요) 이 남자 점원들이 죄 오노와 치정 문제로 쫓겨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에 문제가 생겨 권투를 관두게 된 칸다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이 안티크에 오게 되고… 구성원들로만 봐서는 과자점인지 호스트바인지 모를 이 안티크는 시끌벅적하게 굴러가기 시작한다는 내용입니다.

마성의 게이, 니힐한 주인, 아이돌 얼굴에 입이 험한 청년, 겉보기는 레옹급이지만 어벙한 보디가드 등 어째 묘한 캐릭터들만 버글버글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것은 니힐한 케이.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마성의 게이. -_- 뭐랄까. 그 빗속에서 치카케를 꼬시는 장면은 정말… 정말… 괴로웠습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어어어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1권은 케이와 오노, 칸다가 모이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보니 약간은 두서가 없습니다만, 2권에 이르러서는 케이의 심복(?)인 치카케가 참여하면서 한층 이야기가 활기를 띠고, 개그적인 센스나 설정도 훨씬 아기자기하게 재미있는 맛을 보여줍니다.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때 ‘크게‘ 무언가 다른 면은 없으면서도 보는 사람이 정신없이 웃도록 만드는 것은 성격이 분명한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 겠지요. ^^;

b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