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1편을 본지가 한참 되어서 약간 가물가물한 상태였기 때문에 2편 보면 뭔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는거 아녀, 하고 걱정하며 갔습니다만 생각보다는 크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거나 뜬금없다 싶은 것은 없었습니다. 단지 주변 분들 말대로, 제가 매트릭스 1편을 보면서 좋아했던 요소들은 2편에서 많이 줄어들었더군요.

사실 1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약간 요사한 선택지 분위기였습니다. 한 인간이 자신이 전혀 모르고 있던 세계를 접하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끊임없이 양갈래 길을 만나는 상황과 그 중간 중간에 ‘적당히‘ 들어간 멋진 액션이 저에게 있어 ‘매트릭스의 재미‘였습니다만, 리로디드로 와서는 그 관점에서는 재미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군요.
어떤 일이든 과유불급이라 하지만, 이번 리로디드도 전반적으로 좀 액션 신이 과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일반 액션도 아닌 중국계 액션이 영화 내내 만발하는데, 그 액션으로 보자면 굳이 키아누 리브즈가 아니라 성룡이 더 나았겠다 싶더군요. ^^;;; 게다가 소위 모님이 말씀하신 ‘토크쇼‘ 역시 저한테는 단번에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데다가(같이 본 사람이야 전공 계열이라고 알아듣기 쉽댔지만 저로서는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로밖에 안들리더란. -_-) 영화가 ‘액션/설정 소개‘로 갈라져 있다는 느낌이더군요.
(막판에 그 설계자 할아버지가 ‘내가 너무 완벽해서 문제였던 게야‘ 하는 장면을 보면서는 ‘너 잘…났…다…‘라는 말 밖에는..-_-;)

결국 2편을 보고 나서 남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설정이 아니라 액션신이었다는 점이 아쉽군요. 또, 1편에 비해 갑자기 러브러브♡ 모드로 사랑을 불태우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신들은 좀 뜬금없었습니다.(그 베드 신은 암만 봐도 ‘누나가 잘 해 줄게‘ 분위기라고밖에는…^^; 대체 그 캐리 앤 모스는 나이가 어찌 되길래 그리도 중후한 외모를..T.T)

영화 마지막 타이틀이 올라가고 나서 나오는 레볼루션 편 예고까지 모두 보고 나왔는데, 아예 3편은 1편과 ‘완전히 다른‘ 의미로 재미는 있을 지 모르겠더군요. 역시 1, 2, 3편으로 나뉜 이상 2편은 1과 3을 잇는 약간은 애매한 위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s.보고 나서 기억에 남은 것은 화면에 가득한 스미스 요원~~~-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