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궤변을 늘어놓지 마! 신은 미소녀이다가 아냐. 미소녀이기도 하다지! 따라서 하나의 속성에 국한되지 않는단 얘기야. 이게 진짜 신이지. 그것을 남성미 물씬 나는 우락부락한 마초라고 한정짓고서는 그것만 억지로 밀어붙이는 태도가 바로 배덕(背德)이라는 거다.”
“그렇죠. 그리고 그것이 내가 신에게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나마 교장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당신 말은, 신은 미소녀인 동시에 멋진 남자이기도 하다는 얘기이고, 그 누구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무도 아니다라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모순을 대체 누가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이지요? 이런 불합리한 존재를 믿으라는 게 오히려 억지 아닐까요? 진실한 신앙은 이성으로도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잖아요? 아버지이신 신이 그렇게 너그러운 분이시라면, 신이 거친 아저씨로만 있기를 바란다는 생각도 극히 자연스런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아브델은 말도 안 된다는 태도로 반박했다.
“무슨 말이야! 모순이야말로 신의 탁월한 특징이라구. 모순된 요소들을 완전히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신은 누이동생이기도 하면서 또한 누나이기도 한 것이고, 마음 맞는 소꿉친구인 동시에 비밀스런 전학생이기도 한 거잖아. 이런 모든 게 가능한 존재는 신 이외에 달리 없어. 이것을 숭상하지 않고 뭘 숭상한단 거냐!”
불합리하므로 믿는다는 말인가요. 무릇 완전히 모순된 것은 누구의 귀에도 신비롭게 들리는 법이지요.”

읽고 있으면 드는 생각은 딱 하나. ‘입만 살았구나‘
전공 시간에 교수님들이 저렇게 설명을 해주셨으면 내 전공을 좀 더 사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_-
이번 권에서는 타마의 아버지인 악마의 왕 중 한 명, 베리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과 아브델이 말발로 한판 격전을 펼친다는 내용으로 ‘뜻밖에도‘ 전체적인 테마는 건전하기 그지 없다는 점도 의외였다. 게다가 ‘악마‘라고는 하는데 전혀 ‘악마스럽지 않은‘(사실 아브델 쪽이 더 ‘악‘으로 보인다) 베리알과 마리코의 캐릭터도 꽤 볼만했던 듯.
교정보면서 등장인물들의 대사만으로 정신없이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이 시리즈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나저나 이 책은 암만 봐도 애니동의 디*님에게는 바이블~이 아닐까 싶은데. ( ‘‘)

ps 1. 원래 일본의 고전인 ‘호색일대남‘이라는 작품을 패러디한 ‘남색일대남(男色一代男)이 4권의 부제였으나 국내에서는 절대 저것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 ‘로맨스 그레이 파파‘라는 부제로 변경 신청을 넣었으나, 일본에서 작가가 거절했다. -_-; 반드시 ‘남색‘과 ‘홀아비‘(저 一代男이 그런 뜻이라고 함)가 들어가야 한다길래 냅다 그냥 ‘남색 홀아비‘라고 고쳐버렸다. 지을 때는 좀 엽기다 싶었는데 짓고보니 뭐 그냥 개그답게 보이기도?

ps 2. 결국 저 남색 홀아비도 바츠.
반드시 ‘후계자가 끊겼다‘는 것조차 뜻에 들어가야 한다고 하니 결국은 ‘남색일대남 아니면 안 돼‘라는 말인 듯. -_-;(너 잘났다).

-천국에 눈물은 필요 없어 4권 로맨스 그레이 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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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esponses

  1. 리츠코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톰 아저씨가 말한 제목으로 한번 더 반항을 해볼 걸 그랬군요. -_-;

  2. Tom

    ‘게이 무자녀 홀애비‘ 라고하면 통할지도..

  3. 미사

    의외로 곤조 -_- 있는 작가였군…

  4. 리츠코

    집착하는 단어들이 매우 작가다워서 할 말이 없지요. -_-;

  5. 장미의신부

    작가의 집착이 왠지 처절하군요. -_-;

  6. 미사

    금가루로 갑칠을 한 책일지도;;;

  7. Dino

    금서는 擒書 를 말하나요? ( ‘‘);;;;

  8. 룬그리져

    금서!(달아난다)

  9. Dino

    ….아브델에게 올인… =_=;
    그렇기 때문에 ‘드높은 미소녀를 찬양하라‘ 가 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