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나같은 경우는 한번 본 영화를 몇 번 더 보는 경우가 거의 드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배트맨 1편은 TV에서 방영했을 때 녹화해두고 꽤 여러번을 돌려봤었다. 그것도 뭐가 문제였는지 모르겠지만 흑백으로 녹화된 테이프를.
며칠 전에 점심을 먹다가 사람들과 배트맨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데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져서 dvd 가격을 알아보니 최근 워너 dvd가 세일 중이길래 가장 좋아하는 1편과 2편만 각각 만원이 좀 안되는 돈을 주고 사버렸다. 이제는 ‘컬러‘로 된 배트맨을 원하는 때에 볼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해가 들지 않는 것 같은 고담시의 모습이나 브루스 웨인의 저택은
3편에 가서는 지나치게 화려해지고 환락의 도시처럼 변해버려서
여러 모로 아쉬웠다

팀 버튼의 영화 중에서 ‘비틀 쥬스‘, ‘배트맨 1‘, ‘배트맨 2‘, ‘크리스마스의 악몽‘, ‘화성 침공‘, ‘가위손‘을 보았는데 그 중에서 순위를 꼽자면
가위손, 배트맨 1, 배트맨 2, 크리스마스의 악몽, 비틀 쥬스, 화성 침공
정도일 듯. 화성침공의 경우 내가 이해하기 힘든 팀 버튼 식의 개그가 만발해서 다른 작품만큼 재미있게 보지는 못했었다.

그야말로 보라빛 광기를 멋지게 연기한 잭 니콜슨.
저 입은 정말 촬영하면서도 아팠을 것 같다

내가 팀 버튼의 영화에서 좋아하는 요소는 ‘가위손‘에서 그 섬뜩하리만치 ‘예쁘고 아기자기한 마을‘이라든지 배트맨에서 해가 들지 않는 것 같은 잿빛 도시 고담시, ‘비틀 쥬스‘의 그 기괴한 환상 세계 같은 신경 써서 만든 배경(이것이 부족해서 화성 침공을 재미있게 보지 못했을지도)이라든지 ‘일반인과 다르지만 그들보다 좋은 이들‘인 비뚤어진 캐릭터들인데, 특히나 이 배트맨 시리즈의 경우, 팀 버튼의 개성과 ‘배트맨‘ 시리즈의 특성이 서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본다. 그래서 팀 버튼이 감독을 맡았던 2편까지가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볼만했고, 3편과 4편에서는 그야말로 몰개성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주저앉아버렸다고 생각한다.(발 킬머의 배트맨까지는 봐주겠지만 조지 클루니의 배트맨은 좀…-_-;) 악당들 역시 1편의 조커나 2편의 캣 우먼같은 카리스마는 다시 찾아보기 힘들 듯.

몇 년 만에 다시 1편을 돌려보니 89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세련되고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회색의 도시에서 혼자 화려하게 보라색 광기를 뿜어내는 잭 니콜슨의 연기도 멋지고, 안경을 끼면 지적이고 배트맨 옷을 입으면 히어로처럼 보이는 마이클 키튼과 너무나 히어로물의 ‘여주인공‘ 다운 킴 베이싱어, 집사의 표본인 알프레도까지. 일반적인 오락물이 시간이 지나면 어딘가 촌스럽고(킴 베이싱어 옷은 이제 보니 좀 촌스럽더라. -_-;) 유치하기 마련인데 10년이 지나고도 아직 자신의 ‘분위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6 responses

  1. 룬그리져

    김 배신자 씨요?(…..)

  2. 리츠코

    다시 보니 떡대는 정말 좋았음. -_-;

  3. Tom

    ‘베이싱어‘가 맞다고 하더군. 이 아줌마, 동양계 피가 1/32쯤 섞였다는 거 같았음. 전형적인 블론드하고는 다른 매력이 있는 마스크라서 인기가 있다더군. 뭐, 동양인 남자가 보기엔 그저 덩치 큰 서양여자에 불과할지도….

  4. 리츠코

    그 당시에는 정말 킴 베이싱어(베신저? 예전에는 베신저라더니 요즘에는 또 대부분 베이싱어라고 표기하더군요. 어느쪽인지 모르겠군요. -_-)가 예쁘게 보였는데 어제 다시 보니 그때만큼 미인으론 안보이더군요. ^^;;; 미인이라는 것도 확실히 유행을 타는 것인 듯.

  5. 장미의신부

    배트맨 1편…좋지요. 고3때 자율학습 빼먹고 애들이랑 보러갔던 영화…^^; (그땐 왜 그렇게 킴 베신저가 예뻐보인 건지…지금 생각하면 참 수수께끼…)

  6. 미사

    내가 좋아하는 건 배트맨 1편과 에드 우드.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너무 시끄러웠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