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브루스 웨인의 박쥐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극복 과정도 공감가게 잘 그렸음

배트맨 시리즈는 역시 1, 2편에 마이클 키튼이 나올 때가 제격이었다, 라고 굳게 믿는 파입니다만(그래도 3편의 발 킬머도 좋아하긴 함) 이번 배트맨 비긴즈, 크리스찬 베일 버전의 배트맨을 보고 나니 역시 주인공의 비주얼이 화려하면 보는 즐거움도 2배더라, 로 기존의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은 원래 태양의 제국 때부터 눈여겨 보긴 했습니다만 어째 매번 나오는 영화들이 연기력에 비해 운이 안 따른다 싶더니 이번에 배트맨 비긴즈로 확실하게 홈런을 쳤네요.

이번 배트맨 비긴즈는 고담시의 영웅이면서도 공포의 대상인 배트맨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으면서도 화려하게 풀어나갔습니다.
그 진행에서 이전의 본편과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기에는 좀 애매할 정도로 독자적인 매력이 넘치더군요.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들에서 풍기는 고담시의 암울한 분위기가 어떻게 생성되었는가, 가 이번 이야기의 주가 되다보니 굉장히 번화하고 화려한 고담시가 점점 어둡게 몰락해갑니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특유의 화려한 액션이 많은 반면 내용도 (초반에 약간 늘어진다 싶었지만) 후반 가서 엄청나게 몰아치는 구성이라 다 보고 나면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리는 기분이더군요.
이야기 진행도 꽤 탄탄하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도 개그 센스가 넘치는 편입니다.

D.I.Y에 열중하는 소박한 히어로…;

배트맨이 지하에 아지트를 만들고 배트맨 코스튬과 무기들을 갖추어가는 과정은 의외로 상당히 소박하면서도 납득이 가게 그려집니다(소박하다고는 해도 당연히 기본적으로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드는 돈이 많긴 합니다만…)
젊은 황태자가 남들 눈을 피해 자기 손으로 무기들을 만드는 모습은 상당히 귀엽더군요.
러닝 타임이 긴데도 별로 지루하지 않았던 건 이런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서가 아니었나 싶네요.

이번 시리즈는 주인공 배트맨도 마음에 들었지만 그 밖에 등장하는 나이스 미들의 향연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행복한 영화였군요. 게리 올드만에 리암 니슨, 모건 프리먼에 마이클 케인까지, 배트맨 주변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존재감이 강한지, 그 배우들만으로도 영화가 풍성해집니다.
이 정도의 배우들이 이런 블록버스터 계열 영화에서 한 자리에 모이는 걸 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반면에 여주인공 케이티 홈즈는 지금까지 나왔던 배트맨의 상대역 중에 가장 최악이더군요. 킴 베신저에서 미셸 파이퍼, 니콜 키드먼에 이르는 쟁쟁한 여주인공들을 보다가 케이티 홈즈를 보니 어째 얼굴 균형도 좀 삐뚤어진 것이 영 별로더이다. 제목이 배트맨 ‘비긴즈’인 만큼 마지막 장면에서 배트맨 1편과 연관이 되는 키워드를 제시하고 마무리를 지었는데, 크리스찬 베일판 배트맨을 보고 나니 본편 시리즈도 새로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네요(하지만 조커는 잭 니콜슨을 능가하는 배우가 없을 듯). 배트맨 시리즈의 후반부(2편 이후)를 보고 실망하셨던 배트맨 시리즈의 팬이라면 꼭 보시길. 초심으로 돌아갔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새로운 매력은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s. 확실히.. 절대 가서는 이사가서는 안될 동네가 몇 있는데, 그곳이 바로 고담시와 스몰빌, 그리고 자포자기 주부들의 동네 등나무 거리….;(시민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음)

덤으로 세계 각국의 배트맨 비긴즈 티저 포스터 모음. 우리나라는 63빌딩이었다고 했었지요.

5 responses

  1. 리츠코

    삭은이~>배트카는 확실히 이번 시리즈가 더 멋지더군요. 그 투박하면서 파워풀한 움직임이 정말 대단하던데. 꼭 탱크 같아 박력 있었어요.

  2. 삭은이~

    어제 어찌어찌 시간이 비어서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게 봤군요. 오랫만에 전체적으로 꽉 찬 느낌의 액션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구성에 큰 헛점이나 불편한 점도 없었고 뭣보다 배트카와 시가지에서 휘젓고 다니는 것이 너무 멋진 관계로..

  3. 리츠코

    gample>리암 니슨은 인상이 ‘선생님’ 인상인 걸지도요. ^^; 부잣집 집사는 주인을 서포트할 만큼 부자라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수잔 옆집에 살면 목숨도 위험하고 수시고 무단 침입을 당할 위험마저…-_-;
    저는 한장에 8천원 이벤트할 때 1, 2편 dvd 모두 샀는데 가끔 한번씩 꺼내 보면 좋더군요. 팀 버튼의 배트맨은 역시 아무도 흉내 못 낼 매력이 있지요.

  4. gample

    그런데.. 전 이 영화 보고나서 배트맨1이 굉장히 보고 싶어지더군요. DVD도 없고. 이번에 1,2만 구입을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5. gample

    알프레드는 지난 시리즈에서 충실한 시종역으로만 나오다가 이번편에선 웨인가의 재산이 아닌 명예를 지키는 사람이라는 색채가 강해져서 좋더군요. 리암니슨은 최근작 세편이 죄다 영웅의 스승님역. 스타워즈의 콰이관역은 싫었는데 킹덤오븐헤븐에서 배트맨비긴즈까진 홀라당 반할 정도. 모간프리만은 비중은 적었지만 브루스가 어떻게 웨인기업에서 국화빵 찍어내듯 특수장비를 만들어내는가 대한 해답인지라 멋지더군요.
    *. 등나무에서 목숨이 위험한 곳은 수잔의 옆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