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이래저래 컨디션이 좀 안정되는 것 같아서 먹고 있는 약 중 하나를 줄여보려고 시도 중.

시작하고보니 여름이라(더우면 공황도 더 널을 뛰어서) 좀 늦출 걸 그랬나 싶긴 한데 일단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지 하는 심정으로 가보고 있다.

처음에는 멋도 모르고 호기롭게 반으로 뚝 줄였다가 바로 겔겔겔 하고 그 뒤로는 상담 선생님 조언대로 3/4으로 줄여서 대략 열흘째.지금 생각해보니 처방해준 사람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왜 마음대로 반이나 줄일 생각을 했을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가 그러면 알약을 1/4쪽만 빼느냐고 물었는데, 정말로 약을 반 자르고 나머지 반은 또 반으로 갈라서 반쪽만 먹는다. 어이없이 작은 그 1/4이 별 차이 있을까 싶은데 놀랍게도 딱 그만큼 내가 조절해야 할 컨디션의 폭이 커진다.
최종의 목표는 이 약을 먹지 않고도 먹은 때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능할까? 싶다. 단지 약을 반의 반으로 쪼개는 게 너무 귀찮아서 반까지만이라도 줄여보거나 혹은 다 내려놓고 편하게 한 알 다 먹는 인생을 살고 싶어지기도 한다.

약을 한 알 먹는 동안에는 ‘아, 이렇게 불안감이 줄어드는 게 가능하구나’ 였다면 줄이고 난 후에는 아주 자잘한 균열이 한번씩 찾아와서 그 거슬림을 다른 데로 돌리는 방법도 필요해졌다. 그리고 그 거슬림이 알약 1/4의 크기만큼이라고 생각하면, 좀 웃기기도 하다.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불안이라니.

아무튼 그래서 당분간 손톱을 꾸준히 꾸며볼까 하고 장비를 마련했다.
얼마전에 하나 정리하고 정한 새 취미라기엔 마치 점 찍고 다시 돌아와 다른 사람인 양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손톱에 바르는 것과 붙이는 건 필요한 것도 신경써야 할 것도 좀 다르니까. 😶

손톱 아래쪽의 큐티클 정리를 안한 채로 스티커를 붙이면 유난히 지저분해 보여서 큐티클 불려주는 소프트너와 푸셔를 갖추고, 스티커 뜯어낼 때마다 손톱 겉면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그래도 좀 덜 상하려고 전용 리무버 용액과 스티커 떼고 한나절 정도 둘 때 바르는 네일 영양제(이건 원래 있던 것)도 준비. 사진에는 없지만 젤네일을 굳히려면 전용 젤램프도 필요하다.(이건 사은품으로 여러 번 받아서 몇 개나 있음;)

네일 붙인 후에 남는 부분은 여유분 두고 손톱깎이로 잘라냈더니 접착제 때문에 불편해서 네일 가위를 사봤는데 좀더 편할지는 다음번에 새 스티커 붙일 때 알 수 있을 듯.

젤 네일 스티커 주문하고 사은품으로 받은 젤네일 전용 탑코트는 이번에 써보니 확실히 스티커 가장자리가 뜨지 않고 며칠 지난 후에도 머리 감을 때 덜 끼어서 마음에 들었다.(스티커 붙여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듯;;)


어쨌든.
한 1년 가까이 힘들다는 이유로 마음에 안 차도 지나쳤던 거울 앞의 나를 조금씩 다듬어가는 중.
내가 나를 꾸미는 건 언제나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이고 그동안은 거기에서 아무런 만족을 얻을 여력이 없었는데 이제 그나마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

약간이라도 조이는 기분이 들면 다시 공황이 올까봐 겁이 나서 입지 못했던 브라탑을 얼마 전부터 다시 입을 수 있게 됐다. 입었을 때 조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잡아준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괜찮을 듯.
깔끔하게 정리하고 모양에 맞게 잘 붙인 손톱은 움직이다보면 내 눈에도 자주 들어와 기분이 좋아진다.
매일 저녁에 50분 운동을 하면서 땀을 낸지 두 달쯤 지나니 피부 상태가 요 몇년 중에 최고라 이제는 하루라도 쉬기가 아깝다.
일주일에 한번, 지금 가장 한창일 꽃이 무엇일지 그 꽃에는 뭐가 어울릴지 이래저래 고민하며 주문을 넣는다.
일상 용품들도 한번에 쟁였다가 시간이 흐른 후 묵은 것들을 쓰기보다는 2~3개월 여유분을 두고 재고를 체크하고 주문하며 머리를 바쁘게 만든다.
구석구석 뭉쳐있는 짐들을 쓰레기 봉투 한 장 꺼내들고 단숨에 버리는 것도 큰 기분전환 중 하나.

생각해보면 공황은 내가 미처 심각성을 모르던 20여년전부터 있어왔는데 그때는 단발성으로 지나갔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할 뿐. 앞으로도 ‘완전히 다 나았다’고 말할 날이 올 병이 아니고 그저 잘 컨트롤하며 살아가야 한다. 적어도 지금은 약도 있고 대처하는 방법도 알고 있으니 멀리 보고 여유를 가져보…려고 노력 중.여유를 노력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아이러니.

좋아하는 걸 찾고, 기분 좋아지는 일을 찾고, 몸에 좋을 습관을 반복하고…

이제 남은 건 올해의 건강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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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dan

    몸에 좋을 습관을 반복하고- 행복해지기!!
    힘냅시당!!!

    1. Ritz

      자꾸 입밖으로 내서 말을 해야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화이팅!

  2. 라울

    전 한 알을 4등분 해서 나흘에 걸쳐 먹

    1. Ritz

      그런 거면 약국에서 4등분해주지 않나요. ㅋㅋ 저는 가끔 쪼개는 게 너무 귀찮아서 그냥 하나 다 먹고 싶어져요. ^^;;;

  3. 홍윤미

    좋아하는 것을 찾고, 반복하고.. 너무 좋은 말이다

    1. Ritz

      말은 쉬운데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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