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표를 보여 주십시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레이첼은 달팽이 눈 마냥 바퀴 아래로 쑥 들어가 달리는 듯한 속도로 열차 밑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팔다리 네 개가 제각기 다른 생물인양 움직이고 얽혀가며 그녀의 몸통을 열차 전방으로 운반한다.

―망할 것, 역시 무임승차였구나. 저놈의 기집애를 어떻게 하지. 열차 밖으로 집어던져버릴까. 아니면 거동을 못하게 만든 다음 ‘저는 무임승차를 했습니다’라는 간판을 목에 걸고 역에 매달아버릴까.

이 이야기는 무임승차를 한 여자와 역장의 피와 살이 튀는 쫓고 쫓기는 추격극… 일 리가 없고.

1권을 워낙 재미있게 봤던지라 1931 완행편을 읽으면서 1권에 비해 역시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3권까지 마저 채워읽고 나니 작가가 1권 스타일에 안주하기보다 좀더 멀리 내다보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것 같아서 유쾌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시리즈에서 한층 더 불어난 등장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도 궁금하네요.

이전의 캐릭터들도 그렇고 이번에 새로 등장한 인물들도 그렇고 모두 극단으로 달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모두 극단적으로 맛이 간 만큼 어떤 처절한 상황에서도 돌발적으로 개그가 발생하게 되더군요. 위에 발췌한 것처럼 말이지요.

1권에 비하면 이야기나 묘사는 보다 잔인해져서 정말로 뼈와 살이 튀고 피가 난무하지만 내내 그렇게 하드보일드(?)하다가도 마지막에 가서는 용케도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이야기를 끝맺으니 그것도 작가가 가진 독특한 개성이 아닐까 싶네요. 어쩌면 그래서 내내 가슴 졸이면서 보면서도 ‘그래도 끝은 꿀꿀하지 않겠지’하고 한시름 놓게 되는가 봅니다.

1권에서 마음에 들었던 필로나 마이저가 많이 나오지 않은 건 좀 아쉽지만 멋지게 맛간 클레어(똑같이 맛이 가도 래드 같은 캐릭터는 별로 안 좋아함)가 마음에 들어서 완행편보다 특급편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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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리츠코

    장미의신부>저도 무임승차양 쪽이 더 낫지 않을까 했는데 말이지요. 먼저 제안한 쪽이 OK를 해버렸으니… 아쉽더군요.

  2. 장미의신부

    무임승차는 나쁜 일이란 걸 알려주는 교훈적인 작품이지요. (쿨럭) 바보 커플도 좋지만, 차장 아저씨도 멋져요!! (기왕이면 무임승차양이랑 맺어지는 편이 더 재미있었을 텐데..라고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