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작년에 동생이 보내줘서 읽고 감상을 쓴다쓴다 하다가 미뤄뒀다가 오늘 생각난김에.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나 ‘카드의 비밀’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굉장히 기대 수치가 높았는데 거기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던 작품이었군요.

어릴 적부터 하염없이 머리 속에서 이야기거리가 샘솟는 남자가 어른이 되어서 그 이야기거리들을 은밀하게 거미줄을 뻗치듯 작가들에게 팔아먹다가 종국에는 자신이 그 거미줄에 걸려 종말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인데, 중간중간에 나오는 이 주인공이 작가들에게 팔아먹는 이야기거리들은 상당히 재미있는 반면 전체 줄거리는 지극히 단순하달까, 좀 비약이 심하달까, 어쩐지 부실하더군요.
잘 짜여진 단편 하나하나를 엉성한 이야기타래가 꿰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드의 비밀에서 보았던, 후반부에서 이야기 전체의 인연들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던지라 이번에도 그런 치밀함(?)을 기대했건만 왠지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처음 생각난 건 되다만 ‘올드 보이’였군요. -_-;;

‘소피의 세계’나 ‘카드의 비밀’을 재미있게 보고 요슈타인 가아더의 팬이 된 사람들에게는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책.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실수는 중반에 약간 지루했던 나머지 역자 후기를 먼저 보고 말았다는 것. 심각한 내용 누설이 적혀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나니 그나마도 읽을 의욕이 쭈욱 떨어졌습니다.
대체 왜 역자 후기에 내용 누설을 하는 겁니까!!

※어찌됐든 책은 재미있게 잘 봤다네,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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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sponses

  1. 크리스

    읽어볼 시간이 있었다면 아마 다른 책을 보냈을 듯. 보내자마자 또 한권 사서 읽었었는데, 나도 한번 읽고 다시 손이 가지 않더라공 ^^; 내용 자체는 재미있긴 했는데 역시 끝이 너무 썰렁했어~

    1. 리츠코

      안의 단편이랑 겉의 이야기가 딴 사람이 쓴 것처럼 따로 놀았음. –; 이럴 거면 그냥 단편집을 내지 싶더만.

  2. ryusei

    결정적인 것일수록 후기에서 언급하고 싶어지는 구석이 많아요. 예를 들면 [와 절름발이가 범인이었다니 정말 놀라웠네요.]라던지… 아니면 [음 전 xx가 범인인줄 알았는데 설마 절름발이가 범인이었다니…] 하는 식으로… 쓸거리가 많지요.

    뭐 여하튼 결정적인 내용누설이 있는 경우라면 앞에 경고문 정도는 붙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콘노 씨가 그런 경고문을 붙인 것을 보았는데, 저도 그것을 흉내내서 내용누설이 있는 경우엔 그런 경고문을 붙이곤 합니다.

    1. 리츠코

      결정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경우에 왠만하면 앞에다가 경고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이런 일반 소설쪽은 그렇게 경고해주는 건 왠지 방정맞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군요. -_-;

  3. ryusei

    역자후기는 내용언급을 빼면 쓸 거리가 없기 때문이죠. ^^
    원래 후기는 책을 다 읽은 상태에서 보는 것을 가정하고 쓰거든요.

    음 내용언급을 하지 않고 후기를 쓰려면… 결국 카도노 씨처럼 개똥철학을 주절주절 나열하던지… 아니면 아키타 씨처럼 신변잡기로 채워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아 신변잡기라면 괜찮을지도. 하지만 그랬다간 욕먹을 것 같아서 ^^)

    1. 리츠코

      카도노처럼 역자후기를 쓰는 것도 생각해보니 무지 무섭군요. -_-;;
      역자후기에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기도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절름발이가 범인이다!’라고 밝혀버리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요.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