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부기팝 시리즈 4

여러개의 원이 한 공간에서 겹쳐진 것처럼, 부기팝 작품안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 스쳐 지나간다. 등장인물 자신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의외로 읽는 사람에게 묘미가 되는지도. 2-3권에서 다소 약해졌던 매력이 4권에서 다시금 제 페이스를 찾은 듯 하다. 6명의 특수한 예지 능력을 가진 소년, 소녀들. 각각 떨어져 있으면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능력이지만 6명이 모였을 때는 완전한 하나의 역할을 하게 된다(무슨 전대물인가…). 이 설정만으로 볼 때는 서로 끈적한 우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서로가 서로의 사생활을 알지 못하는 쿨한 관계. 게다가 이들 6명 중에는 이들을 감시하는 자와 자신의 능력을 속이는 자가 있었으니… 교정 보면서 완전히 푹 빠져서 혼자 감상에 젖어 눈시울이 시큰해졌다.(주책맞게스리) 이 작가가 독하다는 것은, 이렇게 쉽게 자신의 캐릭터를 죽이고 살린다는 데서 알 수 있다.(1편에서 허무하게 죽은 그녀도 있었다) 보다보면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의 시간과 ‘부기팝 리턴즈‘의 시간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 통신에 떠도는 번역으로 읽었을 때도 이 판도라 편을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다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그때 번역에 너무나 허접해서 읽는게 매우 어려웠던 기억도 난다) 다시금 읽으니 완전히 새로운 감상일 뿐더러 괜히 쓸데없는 기억력에 엔딩만 기억이 나서 마치 네타바레 당한 책 읽는 기분이 들었다. 아예 모르고 봤으면 훨씬 나았을지도.
그나저나 부기팝 등장인물들이 사는 동네는 어디길래 죄 저런 애매한 애들만 모여있나 그래…;(막판에 나기의 초등학교 동창이 나온 것을 보고 쓰러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