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가운을 입지 않은 사람이 주인공 하우스
시계방향으로 팀원인 체이스, 병원 원장인 커디, 친구 윌슨과 팀원인 캐머론, 포어맨.

메디컬 CSI라는 말에 보기 시작한 의학계 드라마 하우스입니다. 이번 시즌에 2기가 완료된 비교적 신작이네요.

내용은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진단의학과 의사 하우스와 그 밑에서 함께 일하는 의사들-포어맨, 캐머론, 체이스-이 타 과에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환자들의 희귀병을 알아내고 치료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의학 드라마에서 이런 식으로 추리물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말로 대단하더군요. 다만 그 추리의 대상이 ‘병’이다보니 1시간 내내 ‘이 병인가?’, ‘이 병이 아닌가벼, 다른 치료법을 써보자’를 반복하는 식이라 저렇게 오만 치료에 부작용 다 견디고도 마지막에 멀쩡히 퇴원하는 환자들이 참으로 용하다 싶긴 합니다만…^^;

이런 장르에서 주로 메인으로 삼는 ‘휴머니즘’보다는 간단히 말해 인생 까칠하게 사는 대장 의사와 그 밑에서 덩달아 까칠해져가는 의사들(뒤로 가면 환자가 하는 말은 기본적으로 의심하고 보더군요..;)의 캐릭터 묘사에 집중한다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합니다. 기본 정서도 소위 쿨하다고 할까요. 끈적거림 없이 쌈박하고 때로는 건조할 정도입니다.
초반에는 팀원들의 캐릭터가 덜 잡혀서 좀 왔다갔다 한다 싶더니 2기 중반에 들어가니까 한층 선명해지더군요. 한국 드라마에서처럼 의학 드라마로 시작해 연애 드라마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경쟁하는 관계 속에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게(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깔끔하더군요.
부작용이라면 오만가지 희귀병들이 다 나오다보니 어쩌다 팔에 멍든 자국만 봐도 ‘헉’ 하고 놀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주인공 하우스와 동료 의사인 윌슨의 갈굼속에 싹트는 우정이었습니다. ^^;
하우스라는 캐릭터를 셜록 홈즈에서 따왔다고 하는 만큼 윌슨은 당연히 왓슨의 역할인데 소설에서의 왓슨보다는 훨씬 존재감이 있지요. 2기 후반부로 갈수록 이 윌슨과 하우스가 주고받는 대화들이 신랄하면서도 거침이 없어 즐겁습니다.

주인공 역의 휴 로리는 얼굴이 낯이 익다 했더니(처음에 봤을 때는 드래곤 자쿠라에 나왔던 아베 히로시와 엄청 닮았네 했었음..;) 영화 피닉스에 나온 적이 있는 배우였군요. 캠브리지 대학을 나온 영국 배우인데 실제 아버지가 의사였다고 하네요(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고 함).
멀쩡한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저는 연기를 하다보니 허리에 무리가 와서 3기에서는 다리를 회복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2기 마지막 회에서는 그에 대한 암시를 잔뜩 남기고 끝났습니다. 더불어 이 에피소드는 정말 근래에 본 드라마 중 최고였군요.

이번 시즌에는 CSI 시리즈들도 모두 기존 시리즈를 크게 넘지 못하는 평이한 느낌이었는데 이 하우스는 간만에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ps. 이번 드라마 시즌이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 CSI는 전 시리즈 모두 공통적으로 CSI 멤버는 연애하면 상대방이 죽거나 자신이 목숨의 위협을 받으니 연애는 하면 안 된다, 라는 테마였나 싶고(-_-;).
    특히 마이애미편은 전 시리즈 통틀어 제일 최악이었던 것 같습니다. 히로인으로 등장한 ‘말로만 환자’인 마리솔 캐릭터도 별로였고 이야기도 밀도가 떨어져서 이제 과학수사라기보다는 거의 초능력자 호반장님이 ‘이거다!’ 하면 그게 답이 되는 분위기인 듯.
  • 로스트는 원래 1기로 끝났으면 딱 좋았을 내용이 2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보니 더 이상 그 사람들이 돌아갈 수 있을지도 별로 궁금하지 않은 데다가 초반의 그 홍보물 비디오 장면을 보면서 ‘역시 저 섬은 거대한 다단계 판매 회사의 섬인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습니다. -_-;
    2기까지는 그냥 보게 되면 보고 아니면 말았는데 3기는 더 볼 의욕도 안 나는군요.
  • 프리즌 브레이크는 주변에서 추천하는 사람이 있어서 1기 좀 넘어 봤는데, 초반에는 흥미진진했는데 이쪽도 이야기가 늘어나면서 점점 점입가경이라 이제 그들이 제대로 탈출한다 해도 그건 그야말로 ‘운이 좋아서’일 것 같네요. -_-;
    게다가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보다는 한편마다 끊기는 방식을 좋아해서 취향에 좀 안 맞았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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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lazydog

    그 아저씨 스튜어트리틀에도 나왔었답니다. 하우스와는 딴판의 얼굴이었죠.

    1. 리츠코

      스튜어트 리틀에서 봤다는 사람이 많더군요. ^^ 저도 나중에 한번 구해봐야겠어요. ^^

  2. 김소연

    전 케이블에서 할때 시간 맞춰 봅니다..한국드라마도 아니고..;;
    매회 비슷하게(환자가 거짓말한게 들통난다는) 나가는 건 좀 거시기 한데 그래도 재미있더군요.

    1. 리츠코

      저런 한편한편 끝나는 시리즈물들은 대부분 패턴은 매회 비슷하더라고. 얼마나 특이한 병에 걸렸느냐가 관건인 듯. -_-;;

  3. 키딕키딕

    Grey’s Anatomy도 꼭 보셔요~
    얼마전에 시즌 2가 끝났는데…우우웃~ ㅠ.ㅠ
    파릇파릇한 외과 인턴들이 시들시들해져 가는 모습도 재미있지만,
    애네들을 쥐잡듯이 잡는 레지던트, 주치의들의 새디스트적인 면모도 굉장하답니다.
    더불어 한국 ‘아침드라마’내지 일본 ‘아침 와이드쇼’를 방불케하는 로맨스까지!!!
    적추입니다 적추! (왠지 촌스러운 단어사용…;;)

    1. 리츠코

      안그래도 그것도 재미있다고 하던데 내가 가는 곳에는 벌써 파일이 다 지워졌더군.
      구하게 되면 볼 예정. ^^

  4. 하임맘

    ‘위기의 주부들’ 이후로 좋았던 드라마구나..^^
    나도 이거 케이블에서 몇 번 보기는 했는데 말이지.
    (드라마에 취미가 잘 안붙어서..)
    ‘끈적거임이 없다’는 표현을 보니 자네 스타일의 드라마인 듯.

    1. 리츠코

      케이블에서 방영하나보더군. ^^
      끈적거림 없는 맛에 봤는데 중간에 연애 이야기가 나와서 너무 지겨웠는데 그게 해결되고 나니 다시 쌈박해지더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