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제베타 스틸의 ‘Calling you’를 좋아하는데 정작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낮에 이런저런 구독 서비스들을 정리하다보니 지금 쓰고 있는 카드가 왓챠 이용료를 할인해주길래 웨이브에서 갈아탔는데 메인에 뜬금없이 이 영화가 보여서 드디어 봤다.
Calling you라는 곡을 알게 된 게 고등학교 시절이었으니 거의 30여년만에.
무려 1987년 영화였고 내가 본 건 2016년에 23년 만에 재개봉한, 17분 정도 추가되고 화질을 보정한 감독판인 모양.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초라한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 뿐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카페 주인 ‘브렌다’ 앞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육중한 몸매의 ‘야스민’이 찾아온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한 낯선 동거. 그러나 곧 야스민의 작은 마법으로 그녀들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휴게소 겸 숙소들을 보면서 ‘하염없이 넓은 나라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에게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운영하는 사람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워낙 범죄수사물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이미지는 한층 굳어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가 죽을 것 같고 저쯤에서 카페에 온 보안관을 뒤통수를 갈겨서 묻어버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으나…

게다가 하필 브렌다 역 배우가 내가 보던 드라마에서 검시관이었어…

(당연히)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그야말로 무해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주로 외부인이 등장해서 기존의 장소를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이렇게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진행은 오랜만.
야스민 역의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생활에 찌들어 늘 화가 나있을 수밖에 없는, 삶이 퍼석퍼석한 브렌다 역을 CCH 파운더는 너무나 잘 그려냈다.

초반에 ‘늘 화가 나 있는’ 브렌다가 좀 힘들긴 했지만 늦은 시간에 혼자 앉아 고요히 보기 좋았던 작품.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이 장면 때문에 알고 있는 제목 아닐까…

+추가된 장면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화에서 가장 분기점이 되는, 브렌다와 야스민이 가까워지는 순간이 추가됐다고 해서 이전 버전에는 그 장면 없이 어떻게 이야기가 흘렀는지 오히려 당황스럽네;;

4 responses

  1. 날실

    콜링유 엄청 좋아했는데 노래만 들으면 뭔가 쓸쓸한 전개가 되는 영화일 것 같았는데 말이죠. -ㅂ-…

    바스켓 카페라니

    1. Ritz

      저 곡은 저 영화의 배경이랑 정말 잘 어울렸어요. 가게 주변이 어찌나 황량한지;; 영화도 쓸쓸할 줄 알았는데 초반에 브렌다가 어찌나 항상 화가 나 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

      마침 요즘 슬램덩크가 유행이라 저 바스켓 카페가 새삼 생각났어요. ㅋㅋㅋ

  2. Eiri

    2016년 7월 17일에 코메박에서 이 영화를 봤어요. 날이 날인만큼 영화도, 날짜도 잊혀지지 않아요. 영화 참 좋았어요. 명작으로 꼽히는 영화라 궁금해서 보러 갔었고 포스터도 밍숭하지, 유명한 배우들이 아닌데 이게 왜 싶었건만 보고나서 명작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다는걸 느낀 영화였지요.

    1. Ritz

      정말 명작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나서 봐도 그 작품의 좋은 점이 하나도 손상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게 1987년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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