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Aftersu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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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부녀의 튀르키예 휴가 여행.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아무런 정보 없이 무심히 틀었는데 큰 굴곡 없이 흐르듯 지나가는 화면을 하염없이 보았다.

부녀의 여행은 그럭저럭 즐거워보이는데 보는 내내 왜 이렇게 한편 불안한지. 큰 사건 없이 흐르는 화면이 지루하지 않았던 건 끊임없이 순간순간 밀려오는 이 긴장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빠와 아이의 불안정함은 각도는 서로 달랐지만 어쨌거나 보는 사람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누군가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시작되는 영화’라는 평을 남겼던데 이것만큼 이 영화를 잘 설명하는 문장은 없을 것 같다.

다 보고 나서 ‘어, 혹시…’ 하는 순간 내가 봤던 영화는 장르가 바뀌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머리에 남은 건 아빠가 딸에게 했던 말. 그리고 먹먹한 슬픔.

아빠에게는 뭐든지 말해도 되는 것 알지?
이 다음에 나이가 들어서
어떤 파티에 가든지
어떤 남자를 만나든 약을 하더라도…
아빠도 다 해본 거니까 뭐든 이야기해도 괜찮아.

아이에게 ‘뭐든 이야기해도 괜찮아’라고 나도 흔히 말하지만 정작 아이는 해서는 안 될 이야기는 못하기 마련인데 나도 다음에는 딸에게 그렇게 말해줘야겠다.
‘엄마도 다 해본 거니까 뭐든 이야기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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