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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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자면 하나의 테마로 묶인 단편집.

세상의 부조리함은 세월이 흘러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고, 그래서 중간의 ‘할망의 귀환’이나 ‘창백한 눈송이들’ 같은 작품에서 어떤 ‘초자연적인 힘’으로라도 일상의 악(惡)을 응징하는 이야기는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멋지게 악이 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소설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에 적힌대로 조심스러웠을 소재를 에두르지 않고 명료하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첫 이야기인 ‘바늘 끝에 사람이’에서 그려내는 ‘기술만 발전했을 뿐 인간은 그대로인 세상’에 대한 묘사도 씁쓸했고, 현대사의 아픈 순간들을 일상에 녹여낸 다른 단편들도 모두 날이 퍼런 날붙이처럼 다가와서 읽는 순간은 힘들지만 읽고 나서는 ‘절대 외면하거나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게 만들었다.

성격이 급해서 재미있으면 그 자리에서 다 읽고 치우는데 한 편 한 편에 정신적인 소모가 꽤 커서 한두 편 읽고 내려놨다 다시 잡기를 반복했더니 다 읽을 때까지 여러 날이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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