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님이 <들라크루아 전>을 보러 가자길래
이 사람이요? 했는데 아니었다. 😶
1933년생의 <미셸 들라크루아Michel Delacroix>라는 화가의 전시회.
천진난만하고 친근한 화풍이 특징이라 ‘소박파(Naïf)’라고 불린다는데 딱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갔는데 화폭 위에 촘촘하고 화사하게 그려진 파리의 눈 내리고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들, 그 안의 아기자기한 사람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야말로 화판 위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절Belle Époque.
인쇄물이나 이미지 파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원화만의 화사함과 바닥 벽돌 하나하나 그려낸 디테일, 물감으로 표현하는 어둠 속의 빛과 빗물에 잔뜩 젖은 바닥이 아름다웠다.
미셸 들라크루아는 파리에서 태어나 Lycee Louis-le-Grand 에서 공부했으며 구조와 디테일을 풍부한 색상과 결합하여 파리 거리의 분주하고 다양한 모습들을 주로 그렸는데 모두 현재가 아니라 작가의 유년기(1930~40년대) 풍경들이라는 게 포인트. 그리고 그 안에는 대부분 자신이 키우던 개 퀸(Queen)이 그려져 있다. 그 개의 주변에 있는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아이든 간에 화가 자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올해로 90세인데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이신지 작품 중에 올해 그린 것도 꽤 많아서 놀랐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갔으면 훨씬 어울렸을 전시회.
벽을 가득 채운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아직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던 시절 대형 서점 한 켠을 가득 차지하던 수많은 ‘크리스마스의 아름다움’들이 생각나는 전시회였다.
연말연시 분위기와 어울리는 전시라 전시회 볼만한 게 없나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추천.
흥겹게 전시회 다 보고 나오니 세상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가득 차 있어, ‘아름다운 시절’이란 역시 ‘환상’ 같은 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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