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보테로 전 보러 갔다 나오는 길에 사진전을 하고 있길래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는데 며칠전 신문 기사를 보다보니 꽤 유명한 수중촬영 사진작가의 전시회인 모양이라 린양도 보면 재미있어 할 것 같고 마침 이번주에는 일기 거리도 별로 없던 터라 시작 시간에 맞춰 스슥 출발.

Swan Song. 이 작품이 작년에 세계적인 미술 수집가의 컬렉션에 선정되면서 한층 화제가 됐던 모양. 저 깃털 느낌은 정말 물 속이니까 가능할 것 같다.
Swan Song. 이 작품이 작년에 세계적인 미술 수집가의 컬렉션에 선정되면서 한층 화제가 됐던 모양. 저 깃털 느낌은 정말 물 속이니까 가능할 것 같다.

신화 컨셉에서 동화까지 물 속 느낌과 잘 어울릴만한 여러 테마들이 가득 있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건 아무래도 동화 삽화인 ‘워터 베이비’ 시리즈일 듯.

영국 동화 작가 찰스 킹슬리(Charles Kingsley)의 1863년작 ‘워터 베이비’는 나는 처음 듣는 작품이었는데 내용을 보자면,

고아소년 톰은 그를 고용한 그라임즈에게 온갖 학대와 착취를 당하며 굴뚝 청소부 일을 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물에 빠진 톰은 물의 아이로 다시 태어나서 어깨에 아름다운 아가미가 생기고 요정을 만나고 물고기와 대화를 하는 등 시공간을 넘나들며 환상적인 여행을 하게 된다.

는 이야기라고.(역시 올리버 트위스트의 나라 영국다운 스토리 라인일세)
아래 세 장은 워터 베이비 시리즈들.

어른은 그렇다치고 애가 저렇게 자연스러운 건 정말 신기하단 말이지…;;
Dolphin. 동화 삽화이다보니 일러스트 작업이 더해졌다고.
이건 린양의 베스트.

린양은 처음에 물 속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듣고 ‘눈을 어떻게 뜨고 있는 건지’ 엄청 신기해했는데 어른인 나도 보면서 아무리 일이지만 저렇게 감쪽같이 자연스럽게 뜨고 있는지 궁금하긴 하더라.

사진에 따라서는 수백만, 수천만원대의 드레스를 입고 물 속에 들어가 한 컷을 남기는 건데(이러고 망가져서 버리게 되는 옷들도 많은 모양) 작가 말대로 수중 촬영은 ‘두 번 다시 똑같은 컷을 찍을 수 없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회화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사진인데도 어딘가 현실감 없는, 물 속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이 볼 만하고 중간중간 동영상으로 틀어놓은 작업과정들도 보고 있으니 꽤 재미있어서(눈부시게 차려입고 수조로 걸어들어가는 모델들이라니…) 마음에 든 전시회였다.

올 여름은 보테로에서 한국 고전 미술을 거쳐 사진전까지 꽤 다양하게 돌아다닌 셈.

by

/

6 respon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