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6년 전쯤 일본에서 시민관 일본어 수업을 들을 때, (시에서 하는 거라)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들이 모두 자원봉사이다 보니 보통 직장을 퇴직하고 봉사활동을 여가삼아 나온 느낌의 60대 이후가 많았는데, 그래서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수업 분위기도 좀 차분하고 대신 일본 생활에 대해 모르는 건 물어보기도 더 편했던 면이 있었다. 
 
아무튼 그 중에서도 한달쯤 수업하셨던 할머니 선생님 한분은 70은 훌쩍 넘으셨을 거 같은 연세에 혼자 사신다고 했고, 어딘가 말투나 태도가 좀 까칠한 느낌이었는데 수업하다가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날을 세우면서 ‘그래도 한국은 일본보다 여성의 인권이 많이 앞서있지 않느냐‘고 하셨다.

좀 의외의 이야기라 어떤 면이 그렇게 보이냐고 물었더니 대뜸 ‘박근혜’ 이름을 대시면서 ‘박근혜라고 예전 대통령 딸이 대통령이 되려고 하지 않느냐, 일본에서는 아직 여자가 수상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논조의 이야기를 꺼내 깜짝 놀랐더랬다.
70 넘은 일본 할머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올지는 생각도 못했고 또 외국인 눈에는 그렇게도 보일 수 있다는 게 재미있기도 한데다가 그 할머님은 대체 젊을 때 뭘 했던 분인지도(어딘가 좀 과격한 페미니스트 같은 분위기였음..;) 좀 궁금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어서인지 학기 도중에 관두셨다.(수업은 좀 많이 재미가 없어서 관두시니 반갑기도 했지만…-_-) 

원래 개인적으로 SNS에도 블로그에도 정치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데, 이번 선거철에 부쩍 그 할머님이 한번씩 생각난다..;
그때 내가 그녀를 그다지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반 페미니스트라고 하셨으려나. ^^;(당시에도 한국 젊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더니 대단히 불만스러워 보이셨음…;)

ps. 포스팅에 오늘 하루 영어공부를 시켜주었던 그 사진을 붙이고 싶었으나 전면에 인물 사진이 보이는 게 부담스러워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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