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서도 알수 있듯 일본의 작가들은 저 ‘에도 시대’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있나봅니다. 별 생각없이 읽다보니 문득 장광설이 빠진 교고쿠 나츠히코의 에도 시대 배경의 소설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미야베 미유키 소설들이 워낙 한번 잡으면 스르륵 읽히는 스타일이라 교고쿠 작품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네요.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읽은 에도 시대 배경의 소설들은 뭔가 좀 비슷비슷한 느낌이에요. 살인사건이 벌어지거나 해도 관에서 어떤 해결을 하기보다는 개개인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상황이라든지 사람이 사람을 죽이거나 하는 상황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보다는 ‘사람에게는 마가 씌이는 일이 있다’라고 서술하는 정서…?

상권은 그리 길지 않은 에피소드 형식인데 거기에서 등장인물들을 조금씩 소개하고 점점 지나갈수록 이 인물들이 서로 얽혀 나중에 ‘하루살이’라는 챕터의 큰 틀 안에 모이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슬렁슬렁 읽었는데 책 제목이기도 한 본편에 들어서니 갑자기 ‘어?’ 싶어서 바짝 집중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일단 이 책의 전 시리즈였던 ‘얼간이’에 관련된 이야기가 종종 나와서 나중에 마저 읽어놓고 싶긴 합니다.

이 책의 모에(?) 포인트는 말상의 중년 무사와 작품 속에서 내내 미모를 묘사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인 천재미소년의 콤비 플레이일 듯?
무사 쪽에서 소년을 양자로 들일지 말지 고민하면서 내내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두 사람의 분위기도 꽤 마음에 들고 그 주변 조연들도 모두 정이 가서 이 두사람으로 시리즈가 좀 더 나와도 재미있겠어요.

그 사건도, 결국은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에서 생겨난 말썽이었다.
부유한 상인의 첩이라는 신분으로 본처와 세상의 눈을 피해 숨어 살던 여인이 살해당한다. 
현장에서 용의자로 붙들린 사람은 오래전에 여인이 버렸던 친아들. 과연 아들이 범인일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얼치기 무사 헤이시로와 빼어난 미모의 천재소년 유미노스케가 다시 나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