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누군가가 처음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상,하권을 따로 빌렸었던 건지 예약을 하려고보니 두 권의 대여일 차이가 꽤 커서 상권을 읽고 한 보름쯤 지나서 오늘에야 하권을 받아 읽을 수 있었네요…; 

상권이 (당연하겠지만) 뒷내용이 꽤 궁금할만한 시점에서 딱 끝나버려서 은근 기다리느라 조바심 나더라구요. 막상 빌려 나오면서 이거 앞권 내용이 기억 안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네요.^^;

앞 시리즈였던 ‘하루살이’처럼 역시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배경과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이야기이지만 추리 과정보다는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인거죠.
누가 누구를 죽였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닐지도요.(게다가 이번 시리즈의 범인은 유난히 참 매력이 없었네요. 제목의 ‘진상’은 범인더러 하는 말일지도.)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여자’를 그리는 데에 탁월해요.
남자 등장인물들은 (물론 각자 개성은 있지만) 어딘가 무채색에 가깝다면 여자 등장인물들은 작품 안에서 정말 하나같이 또렷하게 각각의 색채를 발산합니다. ‘화차’의 여주인공도 그랬고, 이전에 읽은 하루살이에서의 죽은 그녀도 그렇고, 이 작가 작품들을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미워해야 마땅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미워만 할수는 없도록’ 잘 풀어나갈까 싶어요.
예를 들면 산타로의 생모 오키에 같은 캐릭터의, 상권에서 그저 머리 비고 속물적으로 모성애 따윈 없어보였던 그녀가 하권에서 보여준 이면이라든지 여자들은 정말 싫어하지만 극중에서 모든 남자들이 홀린듯이 끌려들어가는 사타에 같은 인물은, 정말로 작가가 여자라서 생각할 수 있는, 여자니까 쓸 수 있었던 이야기였을 거에요.(사타에 같은 캐릭터가 왜 여자들에게 비호감인지는 정말 여자만이 알 수 있을 듯. -_-;)

추리물을 탈을 쓰고 있지만 결국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건 남녀가 서로에게 갖는 일방적인 ‘애정’에 대한 깊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국내 제목인 ‘진상’보다는 역시 원제인 ‘おまえさん'(임자, 자네, 혹은 당신) 쪽이 훨씬 작품과 어울리기도 하고요.
정말 일본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읽다가 이름이 헷갈려서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많은 인물들이 움직이지만(게다가 정말 조연급 여자들 이름은 어떻게 그렇게… 등장인물 중에 오만, 오산, 오몬, 오신이 나오는데 모두 서로 별 연관없는 인물들임. 읽다보면 이게 누구였더라? 하게 되더란. -_-) 제각각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품고 그 마음이 쉽게 이어지지 못하는 이야기는 애잔하죠.(그런 데에 서툴러 찌질하게 굴다가 독하게 갈굼당하는 건 더 짠하고…?)

전 이번 시리즈에 등장했던 유미노스케의 형인 준자부로라는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어딘가 교고쿠도 시리즈의 레이지로를 생각나게 하는데 그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매력(레이지로는 그냥 안드로메다 캐릭터에 가까우니..; )이 좋더라고요. 다음 시리즈에도 꼭 다시 등장해주면 좋겠네요. ^^ 

일본에서만 260만 부가 팔린 <얼간이>와 <하루살이> 이후, 6년여 만인 2011년에 출간된 장편소설. 
세 개의 작품은 각각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지만 특정 캐릭터가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연작의 형태를 취한다.  
이야기의 무대는 에도 시대의 혼조 후카가와. 
이곳은 영주들의 거대 저택들이 모여 있는 에도 성 주변과는 달리 서민적 기풍이 넘치는 곳이며 미야베 미유키가 태어난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기 고향의 2백 년 전을 무대로 삼아, 기적의 신약 ‘왕진고’를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한편 외모가 ‘남녀 관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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