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일본에 살면서 알게 되었던 가장 새로운(?) 사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크다’는 점이었다.(그 전에야 막연하게 지도에서만 보는 나라니까)
2006년에 그 당시 일본에 여행오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막 유행하기 시작한 이동수단이었던 심야버스를 타고 도쿄에서 오사카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 오밤중에 막힘없이(중간에 두번쯤 휴게소에 서긴 했지만) 달리고 달려 꼬박 여섯시간 넘게 걸렸다는 점, 그리고 그 도쿄-오사카 사이의 거리는 일본 섬 전체로 봤을 때는 1/3도 채 안되는 거리였다는 게 의외였더랬다.(섬 맨 위에서 출발해서 제일 아래까지 차로 이동하면 대체 얼마나 걸린다는 건가…)
그냥 ‘섬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크기가 ‘큰'(정확히는 세로로 어지간히 긴) 섬나라였던 거다. -_-;
그리고 살면서 체감한 인구수로 인한 경제 규모도 상상이상으로 컸다.

그리고 두번째로 느낀 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본’에 대한 인상이나 이야기는 대단히 국지적인 것-‘도쿄’ 혹은 좀더 넓게 쳐줘도 관동 지방의 것이라고 해야 할만한-이었다는 점이었다.
TV 예능프로에서 가끔 각 지방에 특산물 혹은 특이점에 대해 패널들이 이야기할 때 보면 지방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처럼 ‘전라도’ ‘경상도’ 정도의 거리감이 아니라 언어만 같은 아예 서로 다른 국가에서 사는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였는데…(급식밥을 오렌지 주스를 넣어 짓는 지방이 있다고 하니 다른 패널들이 모두 경악하던 것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무튼.

이 나니와 몬스터는 초반부를 읽을 때는 전작들과 같은 캐릭터 소설이 아닐까 했는데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뜻밖에도 이야기는 정치와 사회 문제로 튀어나가 듣기에도 생소한 ‘사회파 의학소설’이라는 장르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건 얼마전에 봤던 이 ‘백성귀족‘의 한 컷.
일본 각 지방은 ‘국가’로서의 결속력은 별로 강하지 않은 편인가보다 라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 책에서도 비슷한 논조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어느 지역이 곡창지대라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하니 독립하자는 발상을 하지는 않으니.. -_-;

일본의 사회 전반, 그리고 의학계에 대해 그리 상세하게 알지 못하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좀 생소하고 와닿기 힘든 내용이었던데다가 사회파 소설로 보기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정치논리나 이념이 치기어리고 말랑한 이상론이고, 그 이론을 끌고가는 히코네는 너무 오글거리게 비현실적인 캐릭터라 차라리 기존의 제너럴 루주에서 보여준 블록버스터 느낌의 캐릭터 소설로 돌아와줬으면 하는 마음인데, 책 날개의 작가 근황을 보니 작가는 이미 이 이야기에 너무 심취해서 후속작마저(?) 연재중이라고 하니 좀 아쉽다. -_- 뒷 이야기는 별로 안 궁금한데…

결국 하나의 ‘소도구’에 불과했던 캐멀 바이러스에 대한 에피소드 분량이 너무 길었고 그 뒤로 작가가 원래 하고 싶었을 도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급하게 흘러가다 결론없이(당연히 그런 사안에 대해서는 소설 안에서도 당장 결론을 내릴 수 없으니…;) 뚝 끝나버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다. 지독하게 책장이 안 넘어가서 꾸역꾸역 틈날 때마다 읽었더니 결국 대출연장까지 하고 열흘 가까이 걸려 다 읽었다는 점에서도 얼마나 나는 이 소설이 재미없었나(…)를 알 수 있을듯. -_-;(보통 소설 한권 어지간히 두꺼워도 3-4일을 안 넘기는데…)

여기에서 배경으로 삼고있는 나니와는 분명히 그 이름 그대로 오사카를 말하는 것일테고, 젊고 야망있는 도지사 무라사메는 어딘가 현재 오사카 도지사 하시모토를 떠오르게 하는데 근래 그 사람의 맛이 간 행각을 생각하면 이 소설이 한층 입맛이 쓰다.

도시 나니와에 찾아온 신종 인플루엔자 ‘캐멀’. 
매스컴에서는 연일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완벽한 공항 검역을 가동하는 중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보도하지만, 언론의 보도는 어딘가 이상하다. 
결국 캐멀의 확산을 막기 위해 나니와는 폐쇄되고 도시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이야기는 캐멀 패닉이 일어나기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소동 뒤에 숨겨진 음모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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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esponses

  1. theearth

    근데 밥을 오렌지주스로 짓는다고 하면 저라도 경악할 거 같네요 ㅇㅇ 그나저나 책제목의 나니와는 도시 이름이었군요. 제목만 들었을 땐 ‘나니 and 몬스터’인 줄 알고 ‘완다와 거상’이 연상됐는데 ㅎㅎ

    1. Ritz

      그 광경을 보면 더 경악해요;; 밥 짓는 거대한 통에 오렌지 주스를 콸콸콸…;; 그랬더니 그 지역 출신인 연예인 패널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에? 다른 지역에서는 저 밥 안 먹어요?’ 하더라니까요;
      그러고보니 나니’와’ 몬스터라고 읽을 수도 있겠네요. ^^;;; 오사카를 옛날에 ‘나니와’라고 했다대요. 지금도 가끔 쓰기도 하고…

  2. March Hare

    홋카이도랑 오키나와는 야마토에 합병된 곳이니 그런 면이 더 강할지도요…
    이 작가는 읽는다읽는다 하곤 안 읽네요 ㅎ

    1. Ritz

      오키나와는 가보니 정말 인종이 아예 다른 느낌이라 좀 놀랐어요..; 한 섬에서도 저렇게 제각각이면 아예 떨어진 위치의 오키나와는 과연 얼마나 ‘일본’이라고 생각할까 싶더라고요.
      저 작가 작품 중에는 결국 제너럴 루주가 제일 취향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