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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영토6점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문학동네

생각해보니 근래 읽은 책들은 거의 90%가 일본 소설, 아니면 미술관련 가벼운 인문서들이었네요. 
어쩌다보니 손에 잡게 된 이 ‘지도와 영토’는 평소에는 전혀 관심없는 프랑스 쪽 작가의 작품으로 제드 마르탱이라는 한 가상의 예술가에 대한 일대기입니다.

별다른 사전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한 거라 이게 가상인물의 일대기라는 걸 알기까지 책 1/5쯤 걸렸고 워낙 평소에 추리소설이나 미스테리 장르를 주로 보다보니 이 ‘아무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누군가 죽는다면 늙어 죽을 것 같은‘ 잔잔한 분위기에 적응하는데에도 책 절반쯤 걸렸던 듯합니다…; 그러고 적응할만하니 놀랍게도 이 소설에서조차 누군가가 ‘늙어죽지’ 않았습니다만…( -_-)

책이라는 게 읽다보면 그 흐름을 타게 되는데 자주 접하지 않는 장르의, 자주 접하지 않는 분위기라 읽으면서 작품 속으로 안착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좀 작품이었어요.
읽으면서 맨 처음 느낀 건, ‘아 이래서 내가 차라리 일본 소설을 선호하는 거구나’ 라는 점? 읽으면서 나오는 지명이나 문화에 대한 분위기를 대충 파악하면서 읽을 수 있으니까요..;
현대소설인데다가 프랑스 현지의 이런저런 문화, 엔터테인먼트 이야기가 많아서(우리나라로 치자면 ‘SBS 방송국 파티에서 공지영을 만났는데 그녀는 에르메스 백을 들고 있었다. 에르메스 백은 가격은 비쌀지 몰라도…’ 블라블라, 이런 식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가 하고자 하는 유머나 그 분위기를 파악하자면 아래 달린 주석까지 같이 보느라 정신이 분산되더라고요. 나중에는 그냥 주석은 포기하고 읽어내렸는데 프랑스에서 살다오거나 그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보다 50%쯤 작품을 더 즐기면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또 본인인 미술이나 음악 등의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다면 좀더 재미있을 것 같고요.

뭔가 한 인간의 굴곡진 성공기 같은 게 아니라 설정상 초반부터 성공한 한 예술가의 가상 작품 일대기이다보니 줄거리가 흥미롭다기보다는 글 자체에서 풍기는 유머나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들, 그 작품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를 읽는 재미가 있었군요.
평소 읽던 장르와 워낙 거리가 있어서 나름 신선했고 작품 자체는 제 개인적인 취향에는 별 세개 반 정도였네요. 

솔직히 이 소설의 한줄 감상은 ‘주인공 님 팔자 좀 짱인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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