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한달여간 자잘한 기록들.(루시드폴이 블로그에서 한달씩 정리해서 올리는 걸 보면서 언젠가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음. 물론 나의 일상은 루시드폴처럼 잔잔하지도 차분하지도 않다…)

3/4

퍼시픽 림: 업라이징 Pacific Rim: Uprising , 2018

영화 나온지 한참 지나서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1편을 틀었다가 별 기대가 없어서 그랬나 의외로 재미있게 봐서 2편은 (개봉 당시에 별로 좋은 평은 못 봤으나) 어떠려나 궁금했다.
감상은, 크게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예거들의 움직임이나 사운드, 전투 장면이 분명히 더 화려하고 미끈한데 오히려 전편보다 박력이 없는 게 미묘. 전편에서 좋았던 ‘거친 느낌’이 너무 다듬어져 있어서 아쉬웠다. 중국 자본이 왕창 들어갔다고 하니 중국 배우들 비중이 큰 것도 다 이해가 가고 그 와중에 어떻게든 대사 한 마디 들이밀어 본 김정훈도 짠하다만 전편보다 뭔가 나아진 것도, 재미있어진 것도 아니라서 ‘이럴 거면 굳이 2편을 만들 이유가 있었나?’ 싶더라.

3/21

가뜩이나 정신없는 학기 초에 린양 치과, 안과 정기 검진도 다 몰려 있어서 한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린양 시력은 드림렌즈 끼는 쪽은 잘 유지되고 있는데 이번에 가니 좋았던 반대쪽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결국 양쪽 다 드림렌즈.(매일 두 눈에 백만원을 붙이고 자는 여자….)
애초에 양쪽 시력 차이가 너무 커서 안경 도수를 맞추기 어려워 시작한 거라 지금부터 그냥 안경으로 바꿔도 되긴 하는데 안경을 끼기 시작하면 시력은 계속 떨어지지만 렌즈 끼는 동안은 어쨌거나 시력이 유지(린양은 심지어 2년 동안 시력이 올라갔음)가 돼서 버틸 수 있는 한은 렌즈로 버텨볼까 싶다.(드림렌즈는 낀 채로 최소 6~7시간은 자야해서 보통 중학교 올라가면 쓰기 힘들다고)
새로 맞춘 렌즈 체크하느라 3주 연속 안과 들르고, 그 와중에 치과 정기 검진도 있어서 갔더니 이번에는 어금니에 첫 충치 발견, 레진 치료 완료. 3개월마다 가는 게 슬슬 좀 귀찮아지고 있었는데 어쩜 이렇게 귀신같이 알고…-_-

3/29

해마다 딸기철 끝물에 딸기청을 담궈놔야지 하고 그냥 지나갔는데 올해는 작정하고 덤볐다.
집앞 수퍼에서 3~4팩에 만원 하길래 몇번에 나눠서 한 10팩 가까이 만들어서 주변에 선물도 하고 남은 건 지퍼락에 소분해서 냉동 완료.
작년까지는 그냥 설탕에 절여 뒀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딸기주가 되거나 곰팡이가 생겨서 끝까지 다 못먹어서 좀 아까웠는데 올해는 레시피 찾다보니 한번 끓여줘도 된다길래 설탕과 섞은 후 물이 좀 생긴 후에 웍에 몰아넣고 한번 끓였더니 설탕도 다 녹아서 중간중간 따로 뒤적여줄 필요 없고 곰팡이 걱정도 덜해서 편했다.

이번에는 프렌치 토스트에 뿌려 먹거나 그마저도 귀찮으면 그냥 토스트 위에 잼 대신 둘렀더니 린양이 잘 먹어서 순조롭게 줄어드는 중.

4/2

드디어 결혼할 때 예단으로 샀던 정장 정리.(…)
그때 아니면 절대 사지 않을 법한 가격의 옷들이라 항상 옷장 구석에 걸어두고 ‘저거 입을 일이나 있을까’ 째려보다가 올해는 작정하고 처리했다. 생각해보니 어느새 10여년이 훌쩍 지난 옷이라 결혼한지가 벌써 이렇게 됐구나, 새삼 놀랐다. -_-;

4/8

원래 한 주 전에 했어야 할 늦은 담임 선생님 면담.(선생님이 면담 주간에 독감으로 결근하심…)
그냥 스킵할까 하다가 그래도 린양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두고 싶은 게 있어서 약속을 킵했는데 그 사이에 얼굴 뵙고 이야기해야할 일이 생겨서 취소하지 않기를 잘했다 생각했다.
3학년 때부터 시간이 되면 옆사람이 같이 가는데(선생님이 하는 말을 듣고 와서 전달해주기보다 본인이 직접 듣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선생님이 같은 라인에 사시다보니 이렇게 안면을 트게 된 셈…
최근 옆사람이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들고 나가면서 ‘이러고 나갔는데 선생님 만나는 거 아니야?’ 하면서 내려가면 귀신같이 만나진다고 한다.( ”)

4/9

작년, 재작년에는 학교 앞 교통 봉사 신청을 안했었는데 올해는 린양이 1학기 학급 임원을 맡아와서 오랜만에 교통 정리하러. 끝나고 다른 엄마들이랑 잠시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7명 중 절반 넘게 최근에 전학 온 집이었다..;
그 중 한 명은 낯이 익어서 동네 엄마겠거니 했는데 전학을 왔다고 해서 내가 어디서 본 사람이지? 했는데 서로 이야기하다보니 초중고 동창이었다. 이름을 들으니 ‘아’ 하고 기억이 나더란.
서로 겹치는 친했던 친구는 있는데 우리끼리는 학교 때 거의 같은 반을 한 적도, 말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친구를 만나면 서로 말을 놓기도, 높이기도 참 애매애매. 이번에는 그냥 서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 2018

쥬라기 공원이 93년 작품이었으니 나는 20년이 훌쩍 넘어서 새 작품을 본 셈.
고등학교 때 원작 소설은 너무 흥미진진했고 정말 이런 날이 올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의외로 아직은 그 때가 오지 않았다.

4/16

유난히 길게 춥고 학교에서는 계속 독감이 돌고 있고(이러다 독감 좀 지나가면 다음 예방접종 시기일 것 같다) 널뛰는 날씨 속에서도 어쨌거나 조금씩 기온은 올라가는데 계절 옷 정리하는 건 세상에서 제일 귀찮고(사계절 따위 아름답지 않다)… 미루고 미루던 겨울 옷들을 세탁소로.

4/17

톰 하디는 내가 보는 영화마다 체형이 다르게 나오는 것 같아.

베놈 Venom , 2018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소개되는 걸 볼 때 약간 짐작은 했지만 실로 ‘죽도 밥도 아닌’ 신기한 영화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쓸데없이 착하고 귀여워보이고(?) 싶어하는 베놈과 도무지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 밋밋한 주인공이 모이니 1+1은 2가 아니라 제대로 된 하나조차 못 되더란.

4/19

낮에 갑자기 동네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 아이가 수행평가 준비할 게 있는데 같은 조 친구 하나가 구글독스로 파일 공유을 공유해서 정해진 시간에 같이 만들자고 메일 주소를 달라고 해서 부랴부랴 지메일 주소는 하나 만들었으나 엄마도 아이도 이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구글독스에서 파일을 만들어서 공유를 해야하는 건가 했는데 들어보니 메일 주소만 보내주면 되는 일이라 새로 만들었다는 메일 주소를 그 친구에게 보내주라고 알려주고 통화 끝.
애들이 학원이고 뭐고 바빠서 다같이 모일 시간도 없으니 이렇게 문명의 이기를 풀로 이용하는건가, 새삼 놀랐다.
며칠전에 린양도 조별 과제 하면서 학교에서 애들끼리 의견 모은 걸 집에 가져와서 혼자 정리해서 가는 걸 봐서 생각난 김에 구글 프레젠테이션 기능에 대해서 알려주긴 했는데 학교 때 조별과제 한다는 핑계로 집에 모여 한참 놀고 30분쯤 어찌저찌 숙제 하고 헤어지는 일은 요즘은 없는 거구나 싶다.

요즘 챙겨 보는 미드는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스타트렉 시리즈는 넥스트 제너레이션처럼 시트콤 분위기가 나는 걸 좋아하는데 이 시리즈는 설정도 분위기도 진지해서 좀 아쉽지만 그럼에도 요즘은 양자경이 너무 멋있어서 그 맛에 보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왕님 캐릭터도 멋지고 액션도 시원시원해서 주인공보다 더 눈에 띄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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