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넷플릭스에 창궐이 올라왔는데 킹덤이랑 비슷한 내용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틀어봤다.
좀비물 별로 안 좋아해서 킹덤 이전에도 본 게 없고 이후로도 타임라인에 간간히 이야기가 보이는 블랙 섬머도 1화만 보다가 결국 말았는데 이상하게 한복 입은 좀비(…)는 거부감이 덜 드는 것 같기도 하고….-_-;

요즘의 트렌드였는지 여기서도 사극임에도 구어체 말투를 마구 쓰는데 문제는 이게 제일 심한 게 주인공인 세자. 홀로 사극에서 ‘시크릿 가든’을 찍고 있는 느낌이라 여차하면 평범하게 사극 말투와 발성을 하는 평민 대장이 더 권위있어 보일 지경. -_-;

다 보고 나니 나쁜 점에서 안시성이랑 좀 비슷한 인상.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작품인데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유명한 사람들 모아다가 ‘알아서 하겠거니’ 했는지 감독의 디렉션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근사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에 몰두한다.
내용면에서도 마치 공식에 맞춰 쓴 할리퀸 소설 마냥 ‘스케일 있는 사극이란 이런 거겠지’ 라는 느낌으로 ‘이쯤에서 주조연 한명이 장렬하게 죽고 마지막에는 군중과 함께 감동적인 상황 연출’을 반복하는데 그 와중에 이야기 진행의 밀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는지 러닝타임은 쓸데없이 긴데 앞쪽의 이야기 진행과 마지막 결말이 너무 연관성이 없어서 보다가 웃었다.
별 생각없이 신나게 야귀 잡아놓고는 마지막에 비장하게 “왕이 있어야 백성이 있는게 아니고 백성이 있어야 왕이 있는 것이지”가 웬말이오…

액션만 보자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작품. 더불어 좀비물들이 그렇듯 여기서도 제일 연기를 잘하는 건 역시 좀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