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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이 한창이었던 1917년, 독일의 서부전선에서는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이 3년째에 접어들면서 독일은 병력 부족에 시달렸고, 청년 뿐 아니라 고등학생들을 전쟁에 참전시키기 위하여 입대 지원서를 적어오게 독려하고 있었다. 이에 ‘파울 보이머’ 역시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입대 지원서를 들고 학교로 가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아서 입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친우들인 프란츠 뮐러, 알베르트 크로프, 루드비히 벰에게 겁쟁이 취급을 받는다.
서로 필체를 위조해서라도 자원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파울은 끝내 본인 손으로 부모님 서명을 대충 흉내내어 지원서를 작성해 신병이 되어 서부 전선으로 배치되는데…(그러니까 문서 위조는 위험하다니까…)

넷플릭스에 처음 올라왔을 때 섬네일 보고 옛날 고전 영화가 올라온 줄 알았더니 2022년작 독일 영화. 지금까지 두 번 영화화 모두 미국이었고 독일에서 만든 건 처음이라고. 원작에서 각색된 부분이 꽤 많다고 한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4개 부분 수상을 했는데 영화도 잘 만들었지만 반전 메시지가 아무래도 시류와 잘 맞았던 것도 있었다는 평도 있다. 사람들 평 중에는 1917 보다 나았다는 이야기가 보여서(나는 워낙 1917을 인상적으로 봐서) 궁금해서 찾아봤다. 그러고보니 1917도 아카데미 때문에 봤었는데…

1917이 한 ‘개인’의 전쟁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면 이 ‘서부 전선’은 ‘전쟁’ 그 자체가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에는 주인공이 없다. 당황스러울 만큼 쉽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
전쟁터에서는 사람이 탱크에 밟히고 화염방사기에 지져지고 있는데 군복에 먼지 한 톨 안 묻힌 장군급들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명령만 내리는 부조리함, 전쟁이 끝날 시간이 정해져 있음에도 이유도 모른 채 서로 죽고 죽이는 병사들, 이 모든 것이 ‘전쟁은 이렇게 무의미한 짓이야’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기에 영화를 보고 나니 무기력해졌다.

러닝타임이 꽤 길었는데도 길게 안 느껴질 만큼 잘 만든 영화였지만 원작이 워낙 오래 된 작품이고 각색을 많이 했어도 전쟁 영화의 고전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라 나는 굳이 비교하자면 1917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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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Jerome

    1917이 1917만큼 더 좋았습니다.

    1. Ritz

      앗, 그죠. 저 1917 너무 좋았어요. ㅠ.ㅠ 지금도 가끔 한번씩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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