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라인에 올라온 이 글을 보고 도서관에 있나 검색했더니 마침 딱 뜨길래 예약을 걸어놨다.
웃긴 게, 원하는 책이 도서관에 있다고 해서 재깍 집을 나서게 되지는 않는데 대출 중인 책의 예약을 걸어뒀다가 ‘책이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으면 꾸역꾸역 날짜 맞춰 가지러 가게 된다. 아마 이 책도 도서관에 그냥 있었으면 ‘언젠가 빌려봐야지’ 했을텐데 마침 대출중이었고 비교적 빨리 손에 들어왔다.
‘잡사’라길래 잡(雜)사인 줄 알았더니 job史(…)와 雜史 둘다 노린 일종의 말장난.
우리는 보통 조선시대의 왕이나 선비들 이야기를 주로 접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글 읽는 사람들로만 돌아갈 리 없고 그 사이를 촘촘하게 채웠을 보통 사람들이 먹고 살았던 직업에 대한 이야기인데 과거를 대신 봐주는 ‘거벽’이나(입시부정이잖아…) 매를 대신 맞아줬다는 매품팔이를 보면 그 사회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부조리하고, 전염병이 돌거나 해서 시신이 산더미처럼 쌓이면 그것들을 정리했다는 매골승이나 다리 없는 개천을 업어서 건네주며 돈을 받았다는 월천꾼을 보면 그 시절에 먹고 산다는 건 만만치 않게 팍팍했겠다 싶다.
조선시대의 기술자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면
소박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것과 소박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구분해야 한다.
168p
(중략)
우수한 기술은 우수한 장인에게서 나오고 우수한 장인은 우수한 대우에서 나온다. 장인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 기술은 발전하지 않는다. 조선의 도자기가 소박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이것이다.
조선의 기술자들은 대개 천대받았지만 궁인과 시인만은 예외였다는데 대우가 좋으면 인재가 모이고 기술이 발전하는 법이라 우리나라 활은 유명했고 반대로 조선의 도자기는 그렇지 못했던 이유를 보면서 지금이라고 뭐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고,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왜 대부분의 나쁜 일들은 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경우가 잘 없는지 아쉽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결국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늘 뒷맛이 쓰다.
챕터가 많고 한 직업당 글도 짧아서 책장도 쉽게쉽게 넘어가는 편.
제목대로 잡다하니 알고나면 옆사람한테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대’ 하고 수다떨고 싶어지는 내용이라 옆에 있던 린양에게 ‘이런 직업도 있었다네’ 하고 괜히 말 붙이며 재미있게 읽었다.
당시의 수학자이자 회계사였다는 ‘산원’에 대한 이야기 도입부를 보고
둥근 땅의 둘레가 365와 4분의 1척이다. 크고 작은 개미 두 마리가 나란히 출발해서 이 땅의 둘레를 돈다. 작은 개미는 하루에 1자, 큰 개미는 하루에 13과 19분의 7자를 이동하면 두 마리 개미는 며칠만에 만나겠는가?
홍정하, 「구일집」
린양에게도 보여주며 한참 웃었다. 왜 수학 문제는 조선시대에도 무언가가 나란히 출발해야 하는 거야…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일제강점기까지 주판 대신 ‘산가지’를 애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와, 산가지라는 단어 진짜 오랜만에 보네’ 했더니 옆사람은 들어본 적 없는 말이란다.
나는 저걸 정식으로 어떻게 쓰는지 배운 적은 없고 초1학년 때 물체주머니(연식 나온다 ㅠ.ㅠ) 안에 들어있어서 처음 알았는데 수학 문제에 ‘산가지’로 셈하는 문제도 나왔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보니 산가지는 자릿수를 번갈아가며 가로놓기와 세로놓기로 구분하여 숫자를 표기하였는데 세로놓기로는 일·백·만 등의 자릿수의 숫자를 나타내었고, 가로놓기로는 십·천·십만 등의 자릿수의 수치를 나타내었다고 한다([네이버 지식백과] 산가지 [算─])
옆사람에게 보여주니 이렇게 생긴 걸 본 적은 있으나 이걸 산가지라고 부르는 건 처음 알았다는데 대화방에 이야기하니 나보다 나이 많은 모님은 처음 들어봤다고 하고 더 나이 많은(…) 다른 모님은 안다고 해서 이 산가지 아는 세대는 대충 어느 즈음인건가 궁금해졌다..;
산가지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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