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만화를 보기 전에 선입견이라는 것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각자 만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죠. 저같은 경우는 은근히 그림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어서 좋은 작품을 뒤늦게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에 한편이 바로 이 「팜 시리즈」입니다. 이 책 1권을 딱 펼쳐들면 그 그림체 때문에 심난~하죠. 계속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게다가 그 극악의 답답한 컷분할과 연출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던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일단 3권까지 읽을 수 있는 인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뒤부터는 이 작품에 정신없이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3권을 넘어가면 작가의 그림도 꽤 많이 향상이 된 데다가 이야기 구성이 영화 「Before the Rain」처럼 모두 읽고 나면 뒤쪽과 앞쪽이 꼬리를 물고 물어, 중간의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전체를 바라보았을 때 비로소 하나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 이 작품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면 헤어나올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이 작품은 내용을 설명하기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분량이 너무나 방대하고, 팜 시리즈라는 제목 아래 각 파트가 나누어져, 파트마다 각자 중점적으로 다루는 소재가 다르기 때문이죠. 카터와 제임스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제임스와 앤디의 신비한 관계, 제임스가 살인마 사로니에게 쫓기는 이야기, 그리고 카터와 그의 일행들이 국가 권력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거쳐, 현재 이들의 사랑과 지구의 환경문제 관한 이야기 「사랑이 아니라」편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후좌우, 빈틈없이 잘 짜여진 이야기 속에서 하나둘씩 등장하는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이 작품의 빠질 수 없는 매력입니다. 게이, 환경운동가, 자신의 부를 적당히 이용하며 하고 싶은 일은 다 하는 부잣집 도련님, 어릴적부터 빨간 실로 연결이 되어있었는지 최소 하루에 한번 같이 있지 않으면 이성을 상실하고 마는 두 사람 등… 정말로 다양한 종류의 인간군상이 존재하며, 그들 모두에게 빠짐없이 애정을 보이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에게 존경을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 대해 전혀 편견을 갖지 않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서로를 아껴주죠. 살인마, 테러리스트, 국가정보기관 등에 위협을 받는 남들보다 치열한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들은 스스로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치열한 생활 속에서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낙천적인 사고방식으로 일을 하나하나 매듭지어 나가는 거죠.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배경 속에서 앤디와 제임스, 그리고 죠제로 이어지는 믿을 수 없는 오컬트적 이야기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너무나 아름답다는 느낌과 더불어 그 신비감에 매료됩니다.
각 캐릭터들의 성격이 오랜 세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그들이 극중에서 내뱉는 대화들도 너무나 시니컬해서 정말 어른들이 읽는 만화라는 느낌이죠.
그림체도 일반적인 일본 만화에 비해 상당히 특이하고, 미국의 분위기가 더 물씬 납니다. 이 작품은 이래저래 외국과 관련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요. 작가는 현재 외국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며, 이 책의 번역자는 번역 도중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그쪽에서 이 책을 번역해 부치고 있다고 합니다. –;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데, 번역자의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고로… 실제로 이 작품은 전문용어와 각 캐릭터마다의 고유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그게 망가지면 정말 꽝이죠.)
지금은 앞쪽 이야기는 거의 구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만 일단 현재 일본에서 발행되는 신간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혹 만화방이나 대여점에서 이 책을 보시거든, 외면하지 말고 한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타마키 신의 공식 홈페이지 Big Cat Studio: http://www.magiccity.ne.jp/~bigc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