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넷플릭스에 드는 돈이 아깝지 않은 건 큰 대작이 등록될 때보다 오히려 이런 궁금했는데 내가 영화관에 가서 보기 어려운 작품이 올라와 있을 때.

자신의 회고록 발간을 앞둔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까뜨린느 드뇌브). 이를 축하하기 위해 딸 뤼미르(줄리엣 비노쉬)가 남편 행크(에단 호크), 어린 딸 샤를로트와 함께 오랜만에 파비안느의 집을 찾는다. 반가운 재회도 잠시, 엄마의 회고록을 읽은 뤼미르는 책 속 내용이 거짓으로 가득 찼음을 알게 되는데…

“엄마, 이 책에는 진실이라고는 없네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카즈히로 감독이 프랑스에서 찍은 영화로, 다 본 감상은 어떻게 이렇게 일본인 감독이 프랑스 배우들(과 미국 배우)를 모아서 가족에 대한 지극히 공감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신기했다. 그것도 내용이 ‘대 여배우’와 그녀의 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기저에 깔린 ‘엄마와 딸’의 관계에는 어떤 만국 공통의 공감대가 있는 걸까. 그걸 딱 짚어내는 감독도 대단하고…

생각해보니 이 감독 영화는 영화 소개 프로에서 워낙 단골이라 대부분의 작품을 내용은 알고 있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건 이게 처음….;

파격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심하게 언성을 높이는 갈등의 순간을 그리지도 않지만 이야기는 끊임없이 흐르며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불만과 해소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조근조근 풀어내는 흐름이 좋았는데 거기에 불어가 또 묘하게 어울리더란.

파비안느는 평생을 ‘배우’로만 살아온 사람이었다.
엄마로도 아내로도 그리고 친구로서 사는 데에도 관심없이 그저 ‘배우’인 자신에 집중했던 그녀는 이제 와서는 ‘대사’의 힘을 빌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도 잊었으며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대사가 아닌 그녀의 말은 진심인지 아닌지 내내 헷갈린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파비엔느에게 그녀가 영화에서 ‘마녀’ 역을 맡은 이유를 들은 뤼미르는 충분히 행복했을 테고, 감독은 그 말이 가짜고 진짜인지 보다는 듣는 사람에게 마음이 전해졌다면 그것은 충분히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때로는 그저 그 순간에 필요한 ‘진실’이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생각하는데,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마음은 상대방에게 10%도 가서 닿지 않는다. 조금은 낯간지럽더라도 계속 상대방에서 ‘말’로 전달해야 그 마음은 비로소 존재하고, ‘말 안 해도 아는 마음’ 같은 건 그저 신기루가 아닐까.

뜬금없이 다시 한번 고마움도 행복함도 많이 표현하면서 살아보자 생각하며 감상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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