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서핑하다가 못 본 책이라 상호대차로 빌렸는데 빌리고 보니 일단 두께가…
내가 가지고 있는 책과 좀 다른 정보가 있을까 해서 빌렸는데 특별한 건 없었고 여왕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뜻밖에도 거의 즉위 직후부터 시작해서 읽는 내내 좀 괴로웠다.
이 여왕은 일생을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남편을 누구로 정할 것인가로 밀고당겼는데(애초에 결혼할 마음은 없었다고 봄) 저 두께의 책이 즉위 직후부터 시작했으니 대략 300페이지를 넘어갈 때까지도 내내 들어온 혼담을 진행하느냐 마느냐 였고 500페이지 즈음까지도 계속 그 상황이다가 결국 여왕이 더 이상 출산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이 징글징글한 혼담 외교는 끝이 난다.
책 구성은 내가 가지고 있는 쪽이 더 나았고, 어쨌거나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이 여왕은 정말 여러모로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사람이었다.
예전에 읽을 때는 대체 이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로 왜 저렇게 밀당만 하는 걸까 갑갑했는데 이번에 읽으면서는 여자가 왕이 된 이상 누구와 결혼하든 혹은 후계자를 낳든 사람들은 빨리 ‘남성’인 다음 왕을 올리고 싶어할 것이고 자신의 자리와 목숨을 끝까지 지키는 길은 혼자 사는 방법 밖에 없다는 걸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는 게 보인다.
‘여왕의 혼사’라는 자산(?)을 이 정도로 알차게 국가를 위해 끝까지 이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 것이며(당장 동시대의 스코틀랜드의 메리만 봐도…) 젊고 잘 생긴 귀족들이 보이면 예뻐라 해주지만 절대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왕위’에 대한 애착도 어떤 면에서는 유쾌하다. 그녀에게는 왕좌가 곧 목숨이었을 터. 애초에 결혼을 할 생각도 출산을 할 생각도 없었을 거다. 오로지 자신의 생존에 최선을 다했던 여왕.
그녀의 좌우명은 ‘Semper eadem(늘 한결같이)’만 알고 있었는데 이 문구도 써 있길래 마음에 들어서 기록.
그녀가 살아온 평생을 생각하면 이 좌우명이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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