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난 주말에 EBS 개국 특집으로 영화 ‘엘리자베스’를 해주는 걸 보고 나니 갑자기 여왕 엘리자베스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해(내 독서는 대개 이런 돌발적인 연상으로 이루어지는 듯…;) 서점을 지나가다 봤던 ‘위대한 두목, 엘리자베스’를 주문했더랬습니다.

이 영화 엘리자베스는 반지의 제왕에서 갈라드리엘로 나왔던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을 맡고 제프리 러쉬, 조셉 파인즈에 뱅상 카셀에 이르기까지(더불어 닥터 후도 비중이 큰 인물로 나옴) 캐스팅도 화려할 뿐더러 영국에 대해 잘 모르면 좀 지루하긴 하지만 보다보면 영국 왕실의 화려한 분위기라든지 영국의 여왕이 권력을 잡아가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로워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튼!
유감스럽게도 이 책은 제목과는 전혀 무관하게도(대체 누가 제목을 지은겨. -.ㅜ) 여왕 엘리자베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책 제목 밑에 작게 써 있는 ‘영국의 탐험가들의 신대륙 정착기’ 되겠습니다.
정치적으로 유명하신 여왕님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가 온통 삽질과 고군분투로 점철된 정착기를 보게 되어 아쉽긴 했지만 장르는 그야말로 생생하고도 실감나는(-_-) 15소년 표류기 종류더군요.

책 내용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중년기에 그녀의 애인이었던 군인이자 탐험가, 시인이자 산문작가(이라고 네이버 백과사전에 나와있지만 실제 보기에는 그야말로 뺀질한 한량으로밖에 안 보이는) 월터 롤리가 북아메리카에 눈을 돌리면서 시작된 영국인들의 미국땅 식민지 만들기인데 흔히 역사 시간에 짧게 배우고 지나간 내용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길고 지루하며 또 희생이 많은 정복기였습니다.

평화적인 교류(그래봤자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 갔던 것이지만)에서 시작하고자 했던 시도는 결국 인디언 학살에 이르러서야 열매를 맺은 것이 역시나 씁쓸하네요.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담배에 대한 이야기.
지독하게 실패를 거듭하던 정착이 성공하게 된 것은 결국 이 담배 재배가 성공하면서부터였는데, 담배가 처음 보급될 당시에는 ‘대단히 몸에 좋은 만병통치약’으로 특히 ‘임산부와 아이’에게 적극 권장했다고 하네요. ^^;(지금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할 소리지만)

더불어 디즈니 애니로도 나왔던 포카혼타스에 대한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지만, 뭐랄까… 이 아가씨 대체 뭐땜시 그렇게 영국 사람들한테 홀랑 자진해서 넘어갔을까 좀 궁금하긴 하네요.
저는 애니는 보지를 않아서 정보를 찾아보니 선장 존 스미스와 사랑 이야기를 펼쳤다…고 되어 있는데 이 책 내용대로라면 포카혼타스가 존 스미스의 목숨을 구해준 적은 있지만 그때 당시 나이는 12세..-_-;
실제로는 10년 뒤쯤 제임스타운에 온 롤프라는 사람과 결혼해 인디언과 영국인 사이의 평화의 상징이 됩니다.

역사가 대개 그렇듯이 일신 편한 윗분들의 무모한 시도에 수백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미지의 땅에서 갈 곳을 잃고 보급선을 기다리다 쓰러지고, 그 와중에도 살아 남았다가 또 어이없이 희생되는 과정은 역사 그 자체가 소설 한 편이었습니다.
책이 하드커버에 분량도 많다보니 잡고 읽기에 부담이 크다는 점과 오자가 눈에 띈다는 건 좀 아쉽네요.

by

/

10 responses

  1. 리츠코

    jjaya>아따, 까다로우시긴…( -_)

  2. 그런 스타일이 싫다는 건데 찾긴 왜 찾아 ( ”)

  3. 리츠코

    jjaya>혹시 아우, 찾아보면 있을지…( ”)

  4. 일본 여성이 포카혼타스 같을 리가 있냣 ( –)++

  5. 리츠코

    jjaya>오오, 선배 다음번에 일본에 가시면 포카혼타스같은 일본 여성과 결혼하셔서 한일간의 평화의 상징이 되시려고요?( ”)

  6. 평화의 상징이라… 다음에 일본 갈 때 참고해야겠군 ( ”)♪

  7. 리츠코

    장미의신부>역사물이라는 게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왜곡은 필요악인 것 같아요. ^^;
    저는 비디오로 보고 이번에 TV로 다시 본 건데 내용은 이번이 더 이해가 잘 되더군요(별로 어려운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예전에는 내용을 따라가느라 바빴는데 이번에는 여왕 옷도 구경하고 배우들도 보는 재미가 있었지요. ^^

  8. 장미의신부

    오오, 엘리자베스!! 멋진 영화였지요. 역사 왜곡이네 어쩌네 말이 많았지만 저는 무지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극장에서 봤을 땐 마지막에 입고 나왔던 그 하얀 드레스가 너무 예뻐 보였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또 그렇게 감동적이진 못하더군요. ^^;

  9. 리츠코

    삭은이~>저 직업 없는데요. -_-;

  10. 삭은이~

    오자에 신경 쓰시다니.. 직업병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