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베타 스틸의 ‘Calling you’를 좋아하는데 정작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낮에 이런저런 구독 서비스들을 정리하다보니 지금 쓰고 있는 카드가 왓챠 이용료를 할인해주길래 웨이브에서 갈아탔는데 메인에 뜬금없이 이 영화가 보여서 드디어 봤다.
Calling you라는 곡을 알게 된 게 고등학교 시절이었으니 거의 30여년만에.
무려 1987년 영화였고 내가 본 건 2016년에 23년 만에 재개봉한, 17분 정도 추가되고 화질을 보정한 감독판인 모양.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미국의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휴게소 겸 숙소들을 보면서 ‘하염없이 넓은 나라의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에게 없어서는 안되겠지만 운영하는 사람은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워낙 범죄수사물을 좋아하다보니 그런 이미지는 한층 굳어져서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가 죽을 것 같고 저쯤에서 카페에 온 보안관을 뒤통수를 갈겨서 묻어버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았으나…
(당연히) 아무도 죽지 않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그야말로 무해하고 따뜻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주로 외부인이 등장해서 기존의 장소를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들이 많다보니 오히려 이렇게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진행은 오랜만.
야스민 역의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는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생활에 찌들어 늘 화가 나있을 수밖에 없는, 삶이 퍼석퍼석한 브렌다 역을 CCH 파운더는 너무나 잘 그려냈다.
초반에 ‘늘 화가 나 있는’ 브렌다가 좀 힘들긴 했지만 늦은 시간에 혼자 앉아 고요히 보기 좋았던 작품.
+추가된 장면이 어떤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영화에서 가장 분기점이 되는, 브렌다와 야스민이 가까워지는 순간이 추가됐다고 해서 이전 버전에는 그 장면 없이 어떻게 이야기가 흘렀는지 오히려 당황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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