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다이어리를 쓸 때 함께 모았던 게 만년필들.
나는 저 카쿠노 시리즈를 좋아해서 하나둘 사다보니 어느새 저만큼이나 모았었나 보다.
타임라인에 만년필, 필사 글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책상서랍에 처박혀 있던 것들 상태나 좀 보자 하고 꺼냈다가 오밤중에 다 씻고 재정비까지.
잉크들은 거의 5~6년 됐을텐데 제법 상태가 좋았다.
겸사겸사 서랍들을 엎었는데 그 자리에서 버릴 것만 쓰레기 봉지 5리터를 채웠고 얼결에 (대략 6-7년 전 여행에서 정산하고 남은 듯한) 5천엔(…)과 스이카 카드 2장을 획득했으니 나름 수확이 컸다.
만년필 중에 분명히 쿠마몬 버전도 있었는데, 하고 좀더 뒤졌더니 역시나 구석에서 발굴 완료. 또 씻어야 하나 했는데 의외로 잉크를 채우니 그대로 잘 나와서 바로 쓸 수 있었다. (내가 무슨 거창한 필사라도 한다고 잉크 카트리지는 저렇게 쟁여뒀나 모르겠다)
만년필도 잉크도 희연 언니 옆에서 ‘나도나도’ 하다보니 사기 시작했던 거라 만년필을 놓으면서 언니도 잠시 잊고 이렇게 꺼내보면서 다시 한번 기억한다.
꽃도 만년필도, 언니가 나한테 참 많은 걸 알려주고 가셨네.
나는 지금도 백합의 수술을 떼어낼 때마다 언니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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