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굳이 말하자면, 이것이 우리의 졸업 의식이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긴 시간을 들여 언젠가는 무너져버릴 나무토막을 쌓아온 것이라면
그것을 무너뜨렸을 때 비로소 우리가 건너온 한 시대를 완성시킬 수 있으리라.

빌리고보니 가가 형사 시리즈의 시간상 첫번째 이야기였군요. 순서를 보니 저는 이 시리즈를 뒤쪽부터 앞으로 읽어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슬픈 한국어 표기법 때문에 ‘카가’가 아니라 ‘가가’가 되어야 하는, 그래서 이름만 봐서는 참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까지 하는 가가 형사의 대학 시절 이야기였는데 일단 내용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설월화’라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아서 몰입하기 힘드네요. -_-;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 못하면 작품의 1/3쯤 그냥 넘겨버리는 셈인데…

어쨌거나 ‘서로 친한 사이’라고 믿었던 한 대학생 무리가 실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그리 깊은 신뢰와 우정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었던 데다가 어쩌면 서로 상관 없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 연쇄적으로 작용하면서 친구들을 잃고 졸업과 함께 이후로 서로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으리라는 짐작을 가능케 하는 마지막은 참으로 적적했습니다. 

전체로 보자면 어딘가 ‘청춘 소설’에 가깝고 그래서 주인공 가가와 사토코가 쫓아가는 추리들이 어딘가 어설프고 속도감이 느려 좀 갑갑한 게 그리 높은 별점은 못 주겠어요..; 추리소설로서의 매력은 그다지 없었고 다만 가가 형사라는 캐릭터에 대한 ‘외전’이라는 느낌으로는 ‘아, 이런 과거가 있구나’ 하는 잔재미 정도?

이 작품에서는 ‘경찰 대신 선생님’을 지망하고 있는 가가 형사가 왜 형사가 되었는지 나온다는 ‘악의’는 좀 궁금합니다만 과연 찾아보게 될 지는 미지수로군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함께해온 일곱 명의 대학 졸업반 친구들. 그들 중 하나인 쇼코가 졸업을 몇 달 남겨두고 시체로 발견된다. 가가와 친구들은 쇼코가 죽은 이유를 찾으려 하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은 은사인 미나미사와 선생님 댁에서 다도 모임을 갖게 되고 그곳에서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