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는 ‘신참자’ 때부터 예전보다 호흡도 많이 길어지고 추리물이라기보다는 등장인물들 각자의 이야기에 공을 들이는 ‘드라마’에 가까워지는 듯.

신참자를 재미있게 봐서 기대하고 잡았는데 ‘나미야 잡화점’이나 ‘신참자’ 때와 같은 개성은 부족했어도(읽다보면 되게 무난무난하게 지나가는 느낌) 중간중간 가가 형사가 자잘하게 추리해 나가는 걸 보는 잔재미도 있었고 작품 전체에서 이야기하는 ‘불의를 외면했을 때 그 순간은 모면할 수 있어도 언젠가 생각지도 않은 큰 반동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 진실된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는 주제도 마음에 들었다.

살인사건은 암세포와 같다는 선배의 말, 마음 속 깊이 와 닿아요. 불행이 점점 번지고 있어요.

후반후 유토의 ‘그 몇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봤더라면 이 모든 게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대사가 이 ‘기린의 날개’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셈인데, 그래서 읽고나면 감동보다는 안타까움만 앙금처럼 가라앉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