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지나치게 시대를 앞섰지만 그걸 본인조차 감당할 수 없었던 마냥 서서히 미쳐가서 그토록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갈망했는데 정작 그때가 왔을 때 정신을 놓아버려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자신의 사상이 여동생의 손에 왜곡되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퍼져나갔다는 걸 나중에라도 본인이 알았다면 (그 성격에 빡쳐서) 차라리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리지 않았을까.

니체가 죽은 후 한 세기 가량 우리는 그가 ‘신성하다’고, 그리고 더 자주 ‘사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모든 것은 과거의 일부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바그너주의’처럼 ‘니체주의’도 죽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설교하고 변호해야 할 교리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 능수능란하면서도 정력적으로 말하는 예술가, 설득력 있는 통찰과 원리의 엄밀함을 갖춘 한 명의 철학자다. 그 사람과 그의 철학이 남겨진 것이다. 그의 인생과 사유 모두 어떤 의미에서는 ‘실험’이었고, 양자 모두 논리적 결론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파헤쳐지는 한 그것들은 스스로 정당화되며 어떠한 변호도 필요치 않다.

‘니체 그의 삶과 철학’ 중에서

학부 수업이야 워낙 겉핥기 식이라(특히나 서양 철학 쪽은 유명한 철학자들 흐름을 쫓아가는 것만도 허덕거려서…-_-) 지금에 와서 별로 기억에 남은 것도 없지만 그래도 니체는 어쩌다보니 한 학기 고스란히 수업을 받아서 항상 제대로 한번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뭘 읽어볼까, 하고 살펴보니 지금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다시 볼 엄두는 안 나서 니체 전기를 고른 거였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책장이 쉽게 넘어가고(그래도 평소 소설 읽을 때보다는 한 4배쯤 느린 거 같지만) 다 읽고 나서 이 문구는 내가 막연하게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와 의미를 한번에 정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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