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페북을 보다가 수인님의 ‘어린 시절 이 책을 읽었으면 지리/역사 대신 과학을 더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호올랑 혹해서 주문. 과학은 결국 친해지지 못한 학문이라는 콤플렉스(?)는 이 나이까지도 변함없이 빠르게 작동한다. -_-;

결론부터 말하면 책은 정말 좋았다.
책에서 설명하는 이론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먼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보통 사람과는 다른 각도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하나씩 하나씩 치열하게 중력에 접근해가는 과학자들의 행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같은 인간으로서 찡하게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다 읽은 후에는 이 나이에서야 학교 때 배운 막연하게 암기한 공식보다 중력의 개념에 대해 훨씬 많이 이해한 ‘듯’한(이해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음) 기분.

책이 너무 좋았고 나머지 두 권도 마저 주문했을 정도지만 역시나 과학은 다음 생에 좋아하는 걸로…ㅠ.ㅠ 린양은 어떠려나.

일반적으로 우리는 ‘과학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발전한다는 말은, 점점 높아져가는 외길을 떠올리게 한다.

중력에 관한 역사도 마찬가지로 여겨질 텐데, 이런 인식은 우리가 과학을 학습을 통해서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래 언덕이 즐비한 사막에 어지럽게 찍혀 있는 발자국에 비유하는 것이 올바르다. 때에 따라 내려가기도 하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발자국들은 사방팔방으로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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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아! 바로 그거에요. 저도 똑같이 느껴요! (문과!) 이제 와서 이 책을 읽었다고 과학이 역사보다 더 알기가 쉬워진건 아니니 과거의 저에게 못배운 책임을 넘기는걸로 하고.. 저 책에서 다루는 큰 그림이랄까? 인류의 역사에 따라 진행된 사고의 흐림이 만화로 보니 정말 잘 와 닿아서 참 좋았어요.

    희성님이 같은 책을 좋아해주시니 기쁘네요 😀

    1. Ritz

      요근래 읽은 과학서적 중에 제일 좋았어요. ^^ 추천해주셔서 감사~!
      저같은 사람한테는 사실 질량도 중력도 굳이 자세히 몰라도 세상 살아가는 데에 별 문제 없는 일인데 누군가는 거기에 치열하게 매달리고 고민하면서 세상을 여기까지 밝혀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읽고나니 뭉클하더라고요. 책 구성이 너무 좋았심.
      제가 마음에 들어서 주변에 엄마들한테도 애들용 도서로 마구 추천 중입니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