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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쉬 걸 The Danish Girl , 2015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와 그의 아내 게르다 베게너의 이야기.

단순히 에이나르 개인의 방황이 아니라 옆에서 자신이 사랑하던 반려자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부인 게르다도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이다보니 기혼자인 내 입장에서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에이나르보다는 이성으로서, 남편으로서 사랑했던 모습이 속절없이 흐려지는데도 헤어질 수 없는 게르다의 절망과 슬픔에 더 크게 공감하게 된다.
입는 옷과 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내가 평생을 같이 살아가고자 마음먹게 된 상대방의 ‘인간적’인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한 남성이 자신의 외면과 내면의 성별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본연의 성별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과정을 영화에서는 마치 어느 날 부인이 작업 때문에 모델 대신 입어달라고 부탁한 드레스 한 벌 때문에 갑자기 모든 게 바뀐 마냥 끌고 나가는 진행도 그렇고 에이나르의 방황에 비해 게르다의 감정에 대한 흐름은 섬세하지 못해서 크게 보자면 영화는 좀 투박했는데 화려한 의상과 아름다운 화면,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그 부족함을 커버하면서 끌고 나간 작품.


대니쉬 걸을 보고 며칠째 묘하게 생각이 길어졌는데 트위터 돌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와서 주문한 책 두 권이 모두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왕자와 드레스메이커8점
젠 왕 지음, 김지은 옮김/비룡소

왕자와 드레스 메이커는 그래픽 노블로 드레스 입기를 사랑하는 왕자 세바스찬과 자신만의 디자인을 꿈꾸는 재봉사 프랜시스의 이야기.
대니쉬 걸을 보고 난 직후라 왕자를 보며 유난히 에이나르가 생각났는데 이 책의 왕자님은 여자가 되고싶은 게 아니라 단지 아름다운 옷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게 큰 차이로 대상연령은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라는데 어른인 내가 읽어도 이야기가 뻔하지 않아 좋았다.

인어를 믿나요?8점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웅진주니어

인어를 믿나요는 인어가 되고 싶은 소년 줄리앙과 그런 그를 옆에서 지지해주는 할머니의 짧은 이야기로 굳이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제한할 필요 없이 아이의 여러 다양성을 접했을 때 어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실로 시크하게(?) 표현했다.

그림책이라 당연하지만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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