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며칠전부터 넷플릭스 메인에 계속 걸려있는 프리뷰가 굉장히 야하거나 폭력적이거나 둘 중 하나인 분위기라 별 관심 없었는데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아껴서 보고 있다’는 글을 보고 궁금해서 손 댔다가 나도 ‘아껴 보느라’ 이틀만에 끝.

10여분 안팎의 애니메이션 18편 모음인데 정말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도 엄청나고 어느 하나 특별히 퀄리티가 처지지 않고 고르게 분배되어 있다.
작화도 내용도 모두 제각각인데 하나하나 공들인 태가 나서 다 보고 나면 여러 작가가 모여 만든 알록달록한 한권의 SF 단편집 같기도. 세상에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참으로 많은 모습의 미래와 환상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일부러 ‘거칠 것 없이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고 싶었는지 에피소드에 따라서 야하거나 폭력적인 화면이나 연출도 많지만 대신 익살스럽고 판타지한 이야기도 잔뜩 펼쳐져서 롤러코스터 타는 마냥 즐거웠다.
한 편 한 편 넘어갈 때마다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그냥 흘러가기보다는 잠깐씩이라도 멈추어 있어서 18편을 봤는데도 제각각 꽤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문득 옛날옛적(…) 오오토모 가츠히로의 ‘메모리즈’ 생각이 나기도 하는 작품.

등장인물이 벗거나 피 튀기기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런 느낌의 에피소드들이 너무 좋았다.
숭배하라, 유산균.
이 에피소드 보고 있자면 뇌가 없는 정치인보다는 차라리 똑똑한 유산균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https://www.netflix.com/title/8017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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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덕분에 보고 있어요. 저도 아직까지 3로봇이 제일 좋네요.

  2. 저도 처음에 등급때문에 머뭇머뭇하다가, 썸네일 마음에 드는 단편 2개만 골라봤는데, 그게 딱 3 robots이랑 유산균이었어요. 두 개 다 비주얼, 스토리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른 것들도 기대 하고 있습니다. ‘ㅂ’/

    1. Ritz

      저도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세 대의 로봇’이었어요. ^^ 엔딩 때문에 추천! 행운의 13, 지마 블루도 좋았고 굿 헌팅은 스토리도 좋았지만 배경으로 나오는 화면들이 너무 예뻐서 기억에 남네요.
      너무 수위가 높은 걸로만 홍보해서 좀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