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보고 온 사람들은 모두 추천하는데 요즘 극장에 자주 안 가다보니 크게 관심을 안 뒀다가 며칠 전 대화방에서 모님 추천에 갑자기 땡겨서 온 식구 모여 봤는데 극장에서 놓친 게 아쉬운 영화였다.

이렇게 모아두니 궁상이 두배… 초반에 마일스의 코스튬이 멀쩡했다면 아마 재미도 반감됐을 것 같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볼 때마다 처음에 너무 멀쩡하게 훌륭한 재봉틀 스킬(…)로 코스튬을 만들어내는 게 제일 이상했는데 저 눈구멍 뚫린 어설픈 양산형 코스튬이 스파이더맨의 ‘궁상’을 상징하는 것 같아 좋았음.(물론 후반의 제대로 된 코스튬도 취향이었지만)

스파이더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상’과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갖게 된 능력으로 인한 좌절’, ‘드럽게 일이 안 풀림’이라는 요소를 충분히(?) 펼치면서 이 시리즈를 볼 때 늘 가장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누비는 ‘스파이더맨의 각성’ 장면을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을 살려 시원시원하게 그려냈다.(4DX 극장에서 봤으면 아마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스파이더맨 어트랙션 같을텐데. ㅠ.ㅠ) 지금까지 봤던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최고를 꼽으라면 아마 나는 이 작품을 고를 듯.

저렇게 많은 스파이더맨들이 한 곳에 모여 ‘스파이더맨’의 특성에 대해 자기들끼리 드립을 쳐도 관객들이 웃을 수 있는 건 그야말로 긴 세월 동안 쌓은 풍부한 콘텐츠의 힘이 아닐까.
스토리 라인은 간결한 편이고 악역의 비중도 다른 히어로물에 비해 적지만 그래서 오히려 복잡한 설정에 정신을 뺏길 필요 없이 스타일리시하게 흐르는 화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코믹스 원작인 작품으로 만화책 느낌을 살리면서도 움직이는 화면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연출할 수도 있구나, 감동한 작품.

제일 오른쪽 피터 포커 너무 내 취향. 갑자기 루니 툰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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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싶은데 4K 블루레이 사고 싶어 죽겠습니다~

    1. Ritz

      아무리 미니멀리즘이어도 죽을 정도로 사고싶은 건 사야 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