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3년 전 겨울, 무심히 티비 화면 아래로 지나가는 속보 자막에 눈을 의심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아이돌 중에는 정점에 있다고 할 만한 가수가 허무하게 스스로 세상을 떠났고, 얼마 안 지나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이하이가 이 노래를 부르다 말고 결국 무너지는 걸 보며 무슨 일인가 했더니 그 곡이 떠난 종현의 작품이었다.

가요를 많이 찾아 듣던 때가 아니라 이 날 처음 들은 곡이었는데 가수가 미처 다 부르지 못하고 도중도중 끊기는 사이에 흘러나오는 가사가 너무 숨이 막히게 외로워서, 안아줄게요 라고 노래하지만 ‘안아주세요’라고 들려서 저 곡을 만든 사람은 대체 얼마나 깜깜한 고독 안에 있었던 건가, 한참을 먹먹했었다.

그 뒤로 애매하게 우울한데 아예 완전히 우울해지고 싶은 날 종종 생각나는 곡인데 유튜브 영상 아래에 누군가도 댓글로 ‘우울한데 울고싶을 때 들으러와요’라고 남겨두었다. 다들 느끼는 건 비슷한 모양.

숨을 크게 쉬어봐요
당신의 가슴 양쪽이 저리게
조금은 아파올 때까지
숨을 더 뱉어봐요
당신의 안에 남은 게 없다고
느껴질 때까지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숨이 벅차올라도 괜찮아요
아무도 그댈 탓하진 않아
가끔은 실수해도 돼
누구든 그랬으니까
괜찮다는 말
말뿐인 위로지만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남들 눈엔 힘 빠지는
한숨으로 보일진 몰라도
나는 알고 있죠
작은 한숨 내뱉기도 어려운
하루를 보냈단 걸
이제 다른 생각은 마요
깊이 숨을 쉬어봐요
그대로 내뱉어요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

LEE HI – ‘한숨 (BREATHE)’

두 곡 다 듣는 이를 위로해주는 가사인데 왜 이렇게 쓸쓸해서 노래부르는 사람을 위로해주고 싶어지는지.

손을 뻗어줘 내 목을 감싸줘
좀 더 아래 내 어깰 주물러 줘
지쳐버린 하루 끝 이미 해가 떴어도
난 이제야 눈을 감으니

남들보다 늦게 문을 닫는 나의 하루에
장난스럽게 귓볼을 간지럽히며
하루 종일 다른 세상에 있었어도 우린
항상 하루 끝은 함께 하니까

너의 그 작은 어깨가 너의 그 작은 두 손이
지친 내 하루 끝 포근한 이불이 되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네게도 내 어깨가 뭉툭한 나의 두 손이
지친 너의 하루 끝 포근한 위로가 되기를
자연스레 너와 숨을 맞추고파

빈틈없이 널 감싸 안는 욕조 속 물처럼
따뜻하게 또 하나도 빈틈없게
서툰 실수가 가득했던 창피한 내 하루 끝엔
너란 자랑거리 날 기다리니

맘껏 울 수도 또 맘껏 웃을 수도 없는
지친 하루의 끝 그래도 그대 옆이면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다 숨 넘어가듯 웃다
나도 어색해진 나를 만나죠

수고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그댄 나의 자랑이죠

종현 ‘하루의 끝 (End of a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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