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목에 깁스까지 대주며 지켜보던 해바라기는 역시나 그리 길게 버티지 못한 채 시들어버렸고 이렇게 꽃이 원했던 만큼 피지 못하면 유난히 맥이 빠진다. 앞으로는 무료배송에 혹하는 일 없이 여름에 온라인 꽃 쇼핑은 피하리라 다짐하며 실패의 상처를 씻으러 딸내미와 집앞 꽃집으로.

시든 것들은 정리하고 아직 하루이틀은 더 버틸 것 같은 한 송이는 부엌에 두고 감상하기로. 뒤쪽의 루스커스는 꽤 한참전에 다른 꽃과 함께 시켰던 건데 무슨 드라이 플라워마냥 시들지를 않아서 여기저기에 잘 쓰고 있다.

아무래도 더운 날 시들 일이 적은 풀(?) 종류를 좀 볼륨있게 만들어올까, 이야기하면서 갔는데 마침 새로 들어온 꽃들을 줄줄이 구경하던 와중에 이 겹백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저 꽃병은 쓰기 까다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일 자주 쓰고 있다

인스타에 자주 뜨는 꽃 배송 업체 광고에서 처음 보고 신기하게 생긴 백합이다, 했는데 막상 실물로 보니 사진보다 훨씬 예뻐서 이번에는 얘만 골랐다. 홑백합은 사면 바로 수술을 정리해줘야 하는데 이건 개량종이라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몇년 전에 꽃시장에서 멋모르고 백합 한 묶음을 샀다가 밤에는 베란다에 내놓아야 할 만큼 향이 너무 강해 난감했던 적이 있어서(왜 추리소설에서 백합으로 사람을 죽였네마네 하는지 그때 알았다) 일부러 두어송이만 샀는데 역시 백합은 요정도가 딱 적당량인 듯. 오랜만에 백합 향이 온 거실에 적당히 퍼져나가서 왔다갔다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킁킁거리며 향을 찾게 된다.

기온이 높을수록 빠르게 확 피어나고─그래서 어느 블로그의 팁 중에 길게 보려면 밤에는 냉장고에 넣으라는 말도 있었다─ 향도 강해서 이맘때 즐기기 좋은 꽃으로 추천.

이번에 린양 방에 둘 꽃은 본인이 고른 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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