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쯤인가 미디어에서 경성에 대해 모던걸, 모던보이들이 활보하던 ‘화양연화’ 였던 마냥 그리는 게 흥하던 시절이 잠시 있었는데, 얼마전에 읽은 어느 책에 적혀있던 말을 빌자면 해외의 문화가 유입되고 겉보기에 화려한 백화점과 다방과 카페가 길거리에 넘쳐났을지 몰라도 그걸 이 땅에서 누리는 건 대개의 일본인 아니면 그들의 조력자가 된 조선인 정도였고, 대부분의 우리는 그저 식민지의 국민으로 일자리를 찾는 것도 힘들고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암울한 때였단다.
이 작품은 그 어두운 시간에 대한 이야기.
1926년 일제 식민 지배 하의 조선. 17세 소녀 수아는 군산 일대 친일파 대지주의 집에서 몸종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수아는 부상을 입은 채 해변가에 쓰러져 있는 독립운동가 의현을 발견하고 그를 보호하게 되는데…
옆사람이 꽤 전부터 추천했는데 완결 안 된 작품에 손대면 기다리기가 목 타서 완결되면 몰아서 볼 생각에 미뤄뒀다가 마침 어제 수인씨가 완결됐다고 글을 올렸길래 드디어 때가 되었군, 하며 첫 회를 열었고…
새벽 4시까지 한큐에 훑었다.(이제 이렇게 날밤 새면 힘들어..=_=)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읽으면서 ‘내가 이럴 수 있었을까’ 혹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이 시절을 살았을까’에 대해 한번이라도 고민하는 시간은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중요하지 않을까.
한달쯤 전에 옆사람이 올린 글에서 나는 아마 ‘직접 독립운동 하지 못하나 마음의 지지’와 ‘그럼에도 대세는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자포자기’ 반반이었을 듯. -_-;
옆사람은 해수에게 쎄게 치인 모양인데
나는 굳이 고르자면 한연경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윤동주나 변월룡에 대한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저 시절 사람들의 받은 것 없는 조국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접할 때마다 그들이 자식도 가족도 과감하게 마음에서 지우고 목숨을 아끼지 않는 그 근원이 궁금해진다.
왜 모두들 그냥 살아지지가 않는 건지,
그러고보면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아마 ‘그냥 살아지지 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었을지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몰입도를 높이는 건 탄탄한 그림체와 컬러.(이 두 가지가 너무 좋아서 책으로도 소장해야 할 것 같다) 이 퀄리티를 유지하면서 주간 연재가 가능한가? 싶을 만큼 화면이 아름답고 작가가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미리 마지막화까지 머리에 넣고 그려나갔음이 분명한 주저없는 스토리라인에 훅 몰입했다.
드물게 지금부터 읽으면 완결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작품(마지막화는 오늘 기준으로 아직 무료로 안 풀리긴 했음)이기도 해서 추천. 이런 긴 호흡의 이야기를 기다림 없이 한번에 읽을 수 있었던 나는 승자.
http://naver.me/FYJKJt9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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