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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11월 3일, 도넛 가게 직원 리사 맥베이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26시간 만에 죽음의 위기에서 간신히 도망쳐 나왔지만 가족도, 경찰도 가출한 불량 청소년의 거짓말 정도로 취급하며 믿어주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범죄 현장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나와 당시 정황을 증언하는 리사와 유일하게 그녀의 말을 믿고 수사를 시작하는 경찰 래리 핀커튼의 행보를 그린 영화로 1984년 미국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리사 맥베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

어제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추천 글을 보고 틀었는데 주인공이 납치당하고 풀려날 때까지는 보기 너무 괴로워서 뒤로 돌려서 탈출한 후부터 봤다. 😑
넷플릭스 최신작이라고 생각했는데 2018년 티비 영화였던 모양. 러닝타임도 87분으로 짧은 편이라 나처럼 괴로운 부분은 스킵하면서 보면 요즘 영화 치고 시간 부담도 없는 편.

다 보고 나서 생각난 건 아무래도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였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서 마리는 범죄 당시의 정황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한다고 다들 안 믿어줬고 이 영화에서는 리사가 ‘너무 상세히 기억하고 있어서,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그렇게 자세히 기억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이유로 믿어주지 않는데 이 두 작품을 합치면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면 ‘너무 상세히 설명하면 신빙성이 없는데 조리없이 이야기해도 거짓말’인 거다. 어쩌라고…
저런 상황에서 어디까지 기억하고 어느 정도로 조리있게 말해야 하는지에 가이드 라인이라도 있는 걸까.
심지어 이 두 드라마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한층 씁쓸하다.

티비 영화라 그런가, 저예산인 건 눈에 보이는데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의 화신과도 같은 저 당찬 아가씨가 혹시 다른 사람이 또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꼼꼼하게 기억한 사실들, 범죄 현장에 남겨놓은 증거들을 모두 회수하는 과정과 깔끔한 해피엔딩이 좋았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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