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간만에 회사-신촌-집의 행동반경을 벗어나 친구와 둘이서 영화를 봐 주었군요. 요즘이 한참 볼만한 영화가 없는 시기라 그런지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어서 그냥 이곳저곳 영화평들을 기웃거려보니 이 ‘에너미 앳 더 게이트‘가 눈에 띄더군요.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보다보니 캐스팅도 꽤 호화롭더군요.(단지 보면서 한번에 이름이 기억 안났지만…;;) 깔끔한 매력이 있는 쥬드 로라든지 헐리우드의 신동엽(그 오종종하게 눈과 코가 모인 게 인상적인..==) 조셉 파인즈, 얼굴은 낯이 익으나 어디서 봤는지 기억 안나 머리를 쥐어뜯었으나 영화관을 나오면서 보니 눈앞에 미이라 2의 대형 광고물을 보고 기억난 레이첼 와이즈, 살이 너무 쪄서 도저히 이름을 보기 전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밥 호스킨스(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 때를 생각해보면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질 정도더군요), 그리고 항상 묘하게 카리스마가 있는 에드 해리스까지… 연기가 탄탄한 사람들 때문인지 내용에 더 몰입할 수 있었군요.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서로간에 불가침조약을 맺었던 독일이 갑작스럽게 소련에 침공해 들어가고, 소련의 마지막 보루인 스탈린그라드의 침공을 강행해, 결국 전쟁의 최고의 격전지가 된 스탈린그라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적의 총탄에 맞아죽는 비율이나 아군의 총탄에 맞아죽는 비율이 비등비등한 처참한 상황에서 위기에 몰린 소련 측이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한 영웅(쥬드 로)과 그 영웅을 만든 사람(조셉 파인즈), 그리고 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사람이 받는‘(?) 상황에서 그들의 얄팍한 우정에 사정없이 금을 가게 한 여자(레이첼 와이즈)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 이들의 삼각관계와 더불어 그 영웅과 대치하는 적(에드 해리스)…의 이야기가 덧붙여서 영화 전체는 큰 두 개의 기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감나는 전쟁 장면(정말 처참하리만치 잘 찍었더군요)이라든지 전쟁터인 스탈린그라드의 묘사 등 일단 볼거리도 풍성했고 이야기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라면 극 거의 후반부, 조셉 파인즈의 ‘나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평등한 세상일지라도 내 마음 속에 시기심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곳에는 곧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세상에는 절대적인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 거였다‘ 라는 말이었습니다.(이 얼마나 도가적인 말입니까. ==; 결국 극락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일세~) 최근 기분이 바닥을 파다가 다시 심기일전 하여 좋게좋게 살아보고자 노력하고자 하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대사더군요.

다만 엔딩부분이 좀 아쉬움이 남는 것만 빼고는 극장에서 한번쯤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일단 전쟁 영화라는 영화 장르와 영화의 스케일 면에서 큰 화면일 때 단연 돋보일 작품이더군요. 전쟁 영화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도 재미있게 본 영화이니 주말에 한번쯤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

9 responses

  1. nabi

    에너미 앳 더 게이트 ^^;;;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랑 헷갈렸다 흐흐흐흐 [06/04]

  2. nabi

    정말은 저 에너미 오브 게이트를 보고싶었는데 엉뚱한 진주만을 봤네요 으으으 진주만은 완존한 멜로우 였죠 멜로….흑흑…. [06/04

  3. NSPD

    훗. ‘진주만‘은 확실히 이곳 현충일에 맞추어 대성황을…뉴스에서 계속 때려주더만… [06/04]

  4. gample

    늦게 개봉이라기보단 진주만도 그렇고 현충일도 있는 6월 분위기에 편승하기위해 맞춘것이겠지요~ [06/04]

  5. 리츠코

    헉. 실제 인물은 영락없이 쌀집 아저씨군요…;;;(아아. 현실은 비정한 것…) [06/03]

  6. NSPD

    그 영화…아직도 하는군요. (이미 DVD 나와서 뿌려지고 있을텐데…)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대인기를 끌어 롱런 중은 아닐테고…역시 인기가 별로 없을만해서 늦게나 개봉한건가… [06/03]

  7. 河伊兒

    참고로 실존인물 바실리 자이체프의 사진은 여기 http://www.defence.co.kr/html/bbs/data/history5/zaitsev1.jpg (웬 쌀집 아저씨냐…) [06/03]

  8. 리츠코

    음. 정말 쌈박하게 잘 생긴 얼굴이더군요. 전 예전에 그 사람 나오는 영화는 거의 본 게 없었거든요.(리플리도 안봤다는…) [06/02]

  9. 河伊兒

    정말 ‘쥬드 로‘는 얼굴에 흙칠을 해도 멋있더구만요.(같은 남자로써 부럽…) [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