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ula Rasa

이번에 NT DVD에서 공각기동대 TV판 DVD가 발매됐길래 집에 빌려와서 보았습니다.

시로 마사무네의 작품이라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많기는 합니다만, 저는 공각기동대 극장판 외에는 그 사람의 작품은 본 적이 없군요. 공각기동대 극장판도 좋아합니다만, 시로 마사무네의 팬들이 그 극장판에 대해서 그닥 좋은 평가를 하지 않기에 왜 그럴까 했는데, 이번 TV판을 보고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그 두 작품은 같은 원작에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군요. 극장판의 음산하고 땅파는 분위기도 좋아하긴 합니다만, TV판을 보고 나니 이쪽이 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또 그 어느나라 말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칸노 요코의 음악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팀웍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공안 9과의 이야기. 마치 미국의 드라마-CSI 과학수사대와 같은-를 보는 것 같더군요. 단지 보면서 괴로운(?) 점이라면 하이레그의 수영복 위에 가죽 점퍼를 입는 괴상망칙한 옷 센스를 가진(누가 저 아가씨에게 조언 좀 해주면…-_-;) 쿠사나기 모토코였습니다.

[1화 공안 9과]
어느 요정에서 게이샤 안드로이드들이 외무 대신 일행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일어나고, 공안 9과는 이들을 무사히 구해내지만, 이 사건의 배후에는 군의 기밀 정도 ‘이치노세 리포트‘가 존재했는데…

극장판을 볼 때는 전~혀 존재감(나오기나 했던가..;)이 없었던 사람들-아라마키 다이스케, 도그사, 이시가와, 사이토, 보마, 파즈- 등의 제각각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1화였던 듯 합니다. 이게 과연 그때의 ‘공각기동대‘와 같은 원작의 작품인가 싶더군요. 예전에 전공수업을 듣다보면, 이 공각기동대에서 말하는 것들이 가끔 소재가 되곤 했더랬습니다. 인간은 어디까지가 자신의 자아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에 나오는 뇌각이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고유성을 참으로 우습게 만들어버리더군요.

[2화 전차의 반란]
겐비시 중공의 최신형 다각전차가 갑자기 폭주를 시작했다. 폭주를 일으킨 전차는 테스트장을 뒤로 하고 어떤 곳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데…

1화보다 2화가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재미있었습니다. 사건 다운 사건도 일어났고, 테마 자체도 왠지 찡했고, 무엇보다! 다치코마가 많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극장판을 볼 때는 전혀 나오지도 않았던(그 어두운 분위기에 다치코마가 나오는 것도 좀 우습지만. -_-) 이 다치코마라는 캐릭터가 엄청 귀엽더군요.
미래가 되어도 종교 문제란 참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데다가, 마지막의 ‘엄마, 이걸 봐요, 이런 강철의 몸이 되었어요‘ 라는 대사는 정말 순간 가슴이 뭉클하게 했습니다.
2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 쿠사나기는 TV판에서 완벽하게 서비스신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_-; 어쩌면 카메라의 각도들이 그렇고 저렇고 이런 각도만 잡는지.

회사에서 빌려 보긴 했습니다만 아마도 구입하게 될 듯 합니다. 소리, 화면 모두 상당히 좋고, 이야기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아서 모두 모으면 꽤 뿌듯한 콜렉션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DVD 안에 들어있는 ‘다치코마의 하루‘는 DVD만의 색다른 즐거움이 될 듯. ^^

=2003.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