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예전에 1-3권까지 어찌어찌 구해서 보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모님이(심지어 미국에 있는 분에게 이런 정보를…;) ‘그거 완결됐던데요‘ 하는 말에 여기저기 쑤석거려보니, 이미 책은 절판이더군요. (우리나라 만화 시장의 현실이란…-_-;) 별로 인기가 없어 당연히 대여점에 있으리라 생각했던 예상을 뒤엎고, 거의 일주일을 기다려서 간신히 빌려봤는데, 주인아줌마가 ‘요즘에‘ 며칠 동안 이상하게 잘 나간다…고 하는 걸 보니 뭔가 타이밍이 상당히 안맞았던 듯. -_-;

권교정씨의 학원물은보는 사람이 ‘공감하며‘ 작품에 몰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전 강경옥의 ‘17세의 나레이션‘이나 ‘현재 진행형 ing‘ 혹은 김진의 학원물(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던가…;), 이미라의 학원물 등과는 확연하게 구분됩니다. 아무리 학원물 순정만화라는 게 실존하기 힘든 ‘연애 판타지‘라지만, 이전의 그것은 심히 일반적인 학교 생활과 떨어져 있었지요.(대체 어느 학교에서 그렇게 연극부에서 연애‘질‘을 하고, 멋져구리한 선배님들과 논단 말입니까. -_-;;;)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입시를 치른 독자라면 등장인물들의 ‘학교 생활‘을 보면서 좀 더 가깝게 작품을 느끼게 되지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고 글을 쓰는 감수성을 가진 긍하와 얼굴은 ‘매우‘ 잘 생겼고 사교성도 좋지만 어쨌거나 의외로 인간적인 면이 넘치는 한강. 그리고 그 외의 인물들은 근래에 본 학원물에서 가장 정감이 갔던 캐릭터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두려워하고, 그 사람에게 지나치게 끌려들어가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평범한 여고생 긍하와 겉보기에는 상당히 미끈한 매너를 지니고 있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인간적인(-_-) 강이는 고교생이기에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좀 ‘어색하더라도‘ 괜찮게 보입니다. ^^
또한, 흔히 이런 작품에 빼놓을 수 없을 삼각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정언이와 강이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쌈박했지요.
옆에서 같이 본 동생은 한권으로 끝날 이야기를 놀랍게도 5권까지 끌고 갔다고 표현했습니다만, 큰 굴곡 없이 차분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게 이 작가의 개성이겠지요. 기대하면서 완결까지 봤습니다만, 마무리도 이 이상 없겠다 싶을 쩡도로 깔끔했고, 책 뒤의 외전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간만에 감성적으로 푹 빠져서 한 편의 작품을 끝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꽤 뿌듯한 작품이었습니다.

권교정의 학원물에도 키스신(뽀뽀신?)이 등장하더군요. 나름대로 놀랐다는…;
이 다음 장면에서 강이가 그래봤자 그냥 뽀뽀인데 잘하나 못하나 그게 그거 아닐까 라고 하는 대사에서 한참을 웃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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