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토요일 저녁때, 모처럼 시간도 비고 할 일도 없길래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가 내킨 김에 ‘네가 바라는 영원‘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보는 게 R.O.D와 풀 메탈, 세일러 문(실사) 정도인데, 생각해보면 예전에 뉴타입 기자할 때보다 오히려 더 잘 챙겨보는 셈이군요. 역시 취미는 취미로 즐길 수 있을 때 아름다운 법입니다. -_-;

아무튼, 이 네가 바라는 영원은 이곳에 오는 분들 중에 아는 분은 ‘잘‘ 알고 모르는 분은 ‘아예‘ 모를 작품이군요. 투하트처럼 게임이 원작이고, 다분히 남성향 판타지(?)입니다. 이야기의 큰 줄거리는 거의 ‘주말 연속극‘의 족보인데 어떤 면에서는 잘만 다듬으면 요즘 하는 주말 연속극들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그러나, 저한테는 특정 캐릭터가 너무 괴로웠습니다. -_-;).

왼쪽부터 신지, 하루카(저는 짝퉁 사쿠라라고 부릅니다), 미츠키, 타카유키


줄거리를 보자면…
위의 네 명은 고등학교 친구입니다. 성격이 활발한 미츠키는 자신의 내성적인(-ㅠ-) 친구 하루카가 타카유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가 직접 타카유키에게 접근해 신지와 타카유기와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하루카와 타카유키가 함께 있을 기회를 만들기도 하여 결국은 타카유키와 하루카는 사귀게 되지요.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오묘(-_-)한지라 자신도 덩달아 타카유키를 좋아하게 된 미츠키.
친구를 배신할 수 없다는 마음에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두 사람의 곁에 머물던 미츠키는 어느 날 길에서 데이트에 늦어서 서둘러 가던 타카유키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생일이니 선물을 달라, 며 그에게 반지를 뜯어냅니다. 그러나 하필이면 그들이 그러고 있던 사이에 타카유키를 기다리던 하루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 불명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건너뛰어 하루카가 의식불명이 되고 3년 후, 미츠키는 평범한 직장인, 타카유키는 대입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고… 이 두 사람은 반 동거 상태의 연인이 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서히 하루카의 그늘을 벗어나 두 사람의 미래를 찾으려 할 무렵, 난데없이 하루카가 의식이 깨어나고 맙니다.

4화 끝부분의 이 SD 꽁트가
이 작품의 원만한 해결 방법일지도. –+

이야기 구조가 통속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삼각관계 속에서 남녀간의 복잡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다루기에는 상당히 유리하고 괜찮은 구성이라고 봅니다.
………만.
우선 이 작품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여자인 제 입장에서는 1화~2화까지 이어지는 타카유키와 하루카의 연애 이야기를 보기가 너무나 괴로웠습니다.(-ㅠ-) ‘교통사고가 난다고 하니 곧 있으면 덜 나오겠지‘라는 일념으로 50분을 버틴 후에야 광명이 찾아오더군요.
외모가 흡사 키노모토 가문의 딸네미인 사쿠라 짝퉁처럼 생긴 이 하루카 양은 정말로 보는 내내 ‘이것은 미사언니와 함께 봐야 같이 죽어라 씹어줄 터인데‘라고 부들부들 떨었을 정도로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보기 괴로워 할 극강의 원단 내숭이었습니다. 그녀가 차에 치인 이후의 3화부터는 얼마나 편안하게 화면을 감상할 수 있었던지요.
옆에 게임을 한 사람이 있어서 그쪽 이야기도 듣다보니 아무래도 원작과 비교를 하게 되는데, 제가 보기에 애니메이션은 그 나름대로 이야기를 잘 살렸습니다.
주말 연속극이라는 것이 원래 ‘저런 게 어디있어‘, ‘저건 말이 안되잖아‘, ‘저 사람이 저러는 건 억지야‘라고 분개하면서 보는 맛이지요. 그리고 이 ‘네가 바라는 영원‘도 그런 면에서는 딱 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도 5화까지 봤습니다. -_-;;; 14부작이라고 하니 아마도 끝까지 보지 않을까 싶네요.

이것이 문제의 아카네!


내성적이라면서 남자한테 대쉬하고 고백하고 할 거 다 하는 하루카와 더불어 또 하나의 짜증나는 캐릭터는 바로 그녀의 여동생(이 집안 딸들은 죄 문제가 있나)인 아카네 양. 초반에는 자신의 언니를 식료품 취급하더니(타카유키더러 내내 자기 언니 먹어봤냐고 보채는데 내 동생이었으면 가만 안뒀음. -_-) 하루카가 드러누운 이후에는 미츠키를 무슨 자기네 집 식모로 아는지 자기 언니는 꼭 깨어날 테니 그때까지만 타카유키를 잘 보살펴달라고 하더군요(지구는 너를 중심으로 돌고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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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responses

  1. Dino

    아카네!! 그러니까 그냥 제발 누워있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