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있고 무관심했던 만큼 의외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이 부기팝 7권 미싱 페퍼민트의 마술사가 딱 그랬다. 페이지도 많은 편이고 이래저래 시리즈 중에서 그다지 평가가 좋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정작 읽어보니 나한테는 잘 맞고, 재미있었다.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에서 왜곡왕까지는 그 꽉 짜인 구조를 읽는 맛이 있었지만 반면에 약간 정신적으로 ‘조인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이번 페퍼민트의 마술사의 경우 흐름이 느슨해지고 부드럽게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가와 쿄스케가 만들어가는 아이스크림처럼.

적극적이지 못한 연애 테마는 이번에도 여전했지만 그래도 특유의 ‘애절함‘이 있었고(부기팝 전 시리즈를 통틀어 아야 커플 빼고는 없지 않을까. -_-;) 무엇보다 통화기구에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고 끝나는 앞 시리즈의 등장인물들보다는 쿄스케가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막판에 앞권에 등장했던 여러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소연씨와 교정보면서 ‘올스타 총출동이네‘ 라고 감탄했고 또 그런 면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단지 아쉬운 건 작품 전체로 봤을 때 호흡의 배분이 좀 어중간하지 않았나 하는 점. 클라이막스 이후에 사건이 마무리되기까지의 뒷부분이 애매하게 길어서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내뱉은 후 헐떡헐떡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좀 더 다듬었으면 훨씬 매끄럽게 넘어갔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