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부제에 적힌대로 자폐 스펙트럼인 딸을 키우는 엄마의 일기로, 책 안에는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고통, 아픔의 목소리와 그럼에도 간절한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작가는 아이에게 붓을 쥐어주어 그림으로나마 세상과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고 그 그림들을 모아 작년에는 거주하고 있는 일본 나고야에서 개인전을 열었다고 한다. 책에 실린 그림들은 모두 묘하게 매력이 있어서 기회가 있다면 나도 한 점 소장하고 싶었다.(언젠가 꼭 기회가 닿기를)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단정하고 정갈하게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책장을 넘기며 몇 번을 울컥한다. 때로는 담담하지만 때로는 있는 그대로를 보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서.

예전에는 나의 오늘이 평생이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난 믿는다. 나는 자라고 있다고. 완연해지는 그날엔 바람이 불어도 휘청거리지 않을 거라고.

p31

나의 10년 간은 기록할 여유조차 사치였기에 진짜 힘든 시기의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나의 아픔들을 게으르지 않게 기록하고 싶다.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거짓말을.
너의 고통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내팽개치는 이 사회의 폭력을.

p177

아이의 자질을 깎아내리면서 세상의 틀에 맞추려 하지 말자. 시대의 규격에는 맞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 아이로 키우자. 그런데 쉽지 않다.

p207

우리는 갈수록 조금이라도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에는 조금도 곁을 내주려 하지 않는다. 예쁘고 귀엽고 착한 것들을 ‘소비’하고 싶어할 뿐, 불편하고 배려해야 하는 것들에는 점점 더 매몰차진다.

자폐인 주인공을 다룬 드라마가 나오면서 이 드라마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순기능에 대해 주장하는 사람들 말대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자폐에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작가는 끊임없이 이 책을 읽는 나에게 ‘잘 되기를’ 빌어준다.
처음에는 그 마음이 당황스럽고 황송했지만 조금 더 지나니 그 따뜻한 마음을 충분히 누리는 게 작가가 원하는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음을 고맙게 받고 나도 당신의 오늘 하루가 조금은 덜 고단했기를 힘껏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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