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2000.09.07

어제 집에 들어오다보니 벌써 문패를 걸어놨더군요.
대나무숲의 증언으로는 들어오는 길에 문 앞에서 왠 모자가 이 문패를 보며 어떻게 읽는 걸까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고 합디다(…)

집 베란다에서 찍은 전경 1
전경 2

바로 앞에 차도가 있어서 차소리가 좀 납니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면 거슬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저같은 경우 원래 서울 집이 큰길 바로 옆이었던지라 오히려 한국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네요. 밤중에 오토바이 폭주족 소리까지도 비슷합니다. 사람사는 곳은 어디든 별로 다를 게 없는 모양.
가만히 앉아 있으면 들리는 소리만으로는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의 집 마루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어제 들어오는 길에 보니 집 바로 근처에 편의점이 세 개, 길 건너에 큰 수퍼와 동사무소가 있더군요. 집 바로 앞은 놀이방인 듯.

짐이 도착 안해서 방방마다 아무것도 없음..;

이 집에는 집 보러 왔을 때 한번 보고 어제 처음 제대로 들어온 건데 인상적인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번째는 방방마다 있는 것도 모자라 마루 벽에도 있는 붙박이장, 그리고 화장실 변기에 달려있는 손씻는 수도꼭지(일본 집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 집도 욕실과 화장실은 따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해야.

왼쪽은 마루 옆에 붙은 다다미방입니다. 창에 붙은 종이 커튼은 짐이 도착할 때까지 임시로 붙여둔 것. 대나무숲은 다다미방 냄새가 영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하는데 저는 한나절 정도 있었더니 그럭저럭 익숙해지네요.
원래 다다미방에 컴퓨터를 둘까 했는데 아무래도 그 냄새 때문에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낮에 점심을 먹으려고보니 어제 가져왔다고 생각한 짜파게티가 안보이는 겁니다. ‘헉, 엄마가 짐이 많다고 그냥 빼버렸나!’ 하고 부랴부랴 밥을 했는데… 싱크대 아래를 열었더니 대나무숲이 잽싸게도 거기에 정리해놨더군요(내가 다 먹어버릴까 두려웠더냐!).

대나무숲이 만들어놓은 현금카드
그림이 예뻐서 대단히 흡족해하고 있음..;

아무튼 밥을 먹으려고 보니 밥공기가 없는 겁니다(그러고보니 얼마전에 대나무숲은 밥을 먹으려고 보니 밥숟가락이 없었다던가…). 잠시 고민하다 결국 100엔샵에서 샀다는 손바닥만한 접시에 덜어 먹었습니다. 디*님 말처럼 아주 여행 기분이 지대로 나더군요.

반찬을 가져오긴 했는데 반찬을 담아둘 통이 없어서(…) 아직 개봉도 못하고 전화번호는 나왔는데 전화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사짐을 보낼 때 꽤 준비를 많이 해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와서 보니 미처 못 챙겨서 사야할 것도 만만치 않네요.

 ps. 이번에 가져온 김을 따로 박스에 정리했더니.. 

박스로 하나 가득이더군요. 그냥 차라리 박스에 넣어서 따로 가져오는 것도 방법이었겠다 싶더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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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responses

  1. 지난 준가 메신저 로긴되는 걸 보면서 한국일까 일본일까 잠시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일본이었고나.
    동네 평화로워 보여. 전선은 복잡하다만.

  2. Tom

    우리나라에 그런게 붙어 있으면, 그 사람 명의로 주변의 각종 업소에서 dm들이 산더미처럼 날아들지 않을까? 혹은 주소와 명의를 도용당할 위험마저…
    * 이렇게 적고보니 우리나라는 웬지 험악무쌍하기 짝이 없는 동네가 되어버렸잖은가.. 켁..

  3. 리츠코

    지구>여기는 우편함에 이름표가 없으면 중요한 우편물은 반송이 되더군요. –; 우편함이랑 집앞에 모두 이름 붙여둔 건 저도 신기했어요. ^^

  4. 지구

    맞아요,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지요. 특히 요즘은 문명화된 도시는 어디나 똑같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나저나 문패란 게 있군요… 어릴적 생각이 나네요~ ^^;

  5. 미사

    오, 잘 도착했네 ^^ 김 하니 현대수산 김이 맛있다는 말을 주워들어서 나도 사먹어볼까 생각 중이군.

    http://www.hyundaekim.com/

    왠지 광고 같아서 비밀글로… ^^;

    흑, 사진들을 보니 왠지 나도 일본 가서 릿짱하고 낮에는 소소한 살림 장만하는 거 옆에서 구경하고 밤이면 한국 우리 집 -_- 에 돌아오는 생활을 하고프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6. 리츠코

    jjaya>우리나라도 카드 디자인을 저런 걸로도 만들었으면 좋겠다니까요.
    paravati>앗, 신경써주셔서 정말로 감사..^^; 근데 오늘 오후에 나가서 대강 필요한 건 장만하기로 해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
    삭은이~>지금 부쳐놓은 이삿짐에 그릇이고 뭐고 다 제대로 된 게 들어있어서 여기서도 굳이 비싼 걸 살 필요는 없거든요. 당장 일주일 정도만 버틸 수 있으면 되니까 부담없이 좀 싼 걸 장만 중.
    노정석>제가 사는 쪽 방향은 저런데 역 반대편으로 나가면 또 꽤 번화가더군요. 어제 저녁때 나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

  7. 핫핫핫…. 도착하셨군요.
    동네 분위기 좋은데요 ? 정말 만화책에 나오는 그런 동네 같아요 ^^ 자 그럼!!! 화이팅 ~~ 헤헤

  8. 삭은이~

    어린이 집이라니.. **님이 탐내실 것 같군요. 어쨌거나 100엔 샵도 좋지만 처음에 너무 구질구질한거 사면 바꾸는 것도 힘드니 처음부터 튼튼하고 약간 고급 제품을 사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서 얻어온 짝 안맞는 밥/국그릇을 1년반을 쓰면서 언젠간 바꾼다!!! 라던걸 끝내 못바꾼 기억이 나는군요. 컵도 플라스틱 컵 싸구려를 사고 계속 쓰게 되었으니…

  9. ….전화기 진짜 싸구려로 하나 남는게 있는데 혹시 필요하세요?(….) 새 거 살 때까지.(….)

  10. 희성씨 이름은 한국 사람 중에도 못 읽는 사람이 꽤 될 거야, 아마도.(…) 근데 캐시카드가 정말 귀엽군;;